한국일보

위안부 기림비를 한인타운에

2013-06-2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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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시인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만물의 영장이다. 세상에서 생명이 말살되고 인권이 유린되는 일처럼 불행한 일은 없다.

일찍이 문호 세익스피어는 햄릿의 입을 통하여 “인간은 얼마나 위대한 작품인가, 이성은 얼마나 고귀하고 능력은 얼마나 무한한가, 그 형상과 동작은 얼마나 훌륭한가, 행동은 마치 천사와 같고 이해력은 신과 같다. 세계의 미요 만물의 영장이다.”라고 최고의 찬사로 인간의 고귀함과 위대성을 찬미하였다.

인간이 이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에는 천사와 같지만 감정의 지배를 받을 때에는 야수로 변한다. 성(性)은 신성하기 때문에 폭력으로 강탈당하면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아니한 정신대 할머니들이 지금도 흐느끼고 계시는 연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을 기리는 위안부 기림비가 미국 여러 곳에 세워지고 있다. 뉴저지 팰리세이즈 팍 공공도서관 앞에 건립된 기림비에는 “1930년대부터 1945년까지 일본군에 의하여 납치된 20만 명 이상의 여성과 소녀들을 추모하며”라고 기록되어있다.

뉴저지 베겐 카운티 법원 앞에 있는 명예의 광장(Honor Island)에는 이미 흑인노예, 홀로코스트(나치 유태인 학살), 아르메니안 학살, 아일랜드 대 기근 희생자들을 기리는 4개의 추념 비가 설치되어 있고, 그 옆에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가 함께 서있다.

기림비에는 “세계 2차 대전 중 한국, 중국, 타이완, 필리핀,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등을 비롯해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하에서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로 끌려간 수많은 여성과 소녀들을 추모하며”라고 기록되어 있다. 마침내는 위안부(Comfort Women)를 성노예(Sex Slavery)로 표현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2005년 일본의 양심들이 설립한 도교 아바코 빌딩 위안부 전시실에는 155명 전범들의 사진이 걸려 있고, 전쟁과 평화 자료관에는 일왕 히로히토, A 급 전범 도조히데 등 세계 2차 대전당시 일본의 지도자 9명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설명문에는 “(이들은) 위안부 제도를 승인, 관여한 만큼 강간과 성노예 문제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적혀 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위안부 정당화 망언이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늦게나마 캘리포니아에서도 글렌데일에 위안부 기림 조형물이 오는 7월30일 제막된다니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다.

아무리 세상사에 약육강식, 우승열패, 적자생존의 원리가 강하게 지배한다 하여도 역사 속에서는 진실이 외면되거나 정의가 도태되어서는 안 된다. 생명경외와 인권존중은 역사의 순리요, 하늘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의 섬나라 열등의식이 잔학성으로 변질된 전형적 사례가 위안부 강제동원이었을 것이다. 하늘의 무서움을 모르고 인륜의 질서를 망각한 저들은 철저한 회개 없이 일등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은 이제 몇 분밖에 안 계신 정신대 할머님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개과천선하기를 바란다. 위안부 기림비를 통하여 우리 민족도 과거의 무력을 자성하고 일본인들의 만행을 각성 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메리카는 청교도의 숭고한 정신으로 건국된 아름다운 나라이다. 이 땅에 이민와서 한인 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LA 한인타운 중심에 위안부 기림비를 세웠으면 한다. 그래서 일본의 만행을 우리 후손들과 전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경종의 징표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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