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2013-06-27 (목) 12:00:00
너의 주위는 몇 개의 눈동자가 숨어 있는 떨기나무 같은 것, 가시
들은 눈동자의 것, 덤불의 것.
너의 주위는 밝다.
하루 종일 불을 켜두었다. 시간은 인공호수 같다.
열두 시간과 열두 시간이 똑같았다. 사랑은 어둠을 좋아했으므로
사랑하지 않는 날들이 지속된다.
김행숙(1970-) ‘낮’ 전문
여기 밤을 잃어버린 시간이 있다. 떨기나무 불꽃처럼 낮은 고요하고 강렬하다. 가시들의 눈동자, 덤불의 피할 수 없이 견고한 예지의 눈길.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선과 악을 들여다보시는 신의 시선. 낮은 생명의 고뇌와 그윽함을 상실한 인공의 호수와도 같다. 이 밝음 속에서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 나른한 빛의 피로 속, 사람들은 숨을 곳을 기다린다. 숨어 사랑할 수 있는 밤이 오기를.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