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3-06-2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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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에게 토로하지 마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마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황인숙 ( 1958-) ‘강’ 전문

외로운 사람이여, 마음 깊이 병든 사람이여, 애간장이 타고 머리가 깨질 듯 고통 받는 사람이여 강으로 가시라. 가족도 친구도 외면한 그대 복장 터지는 속내를 가서, 저 청청하게 흐르는 강물에게 퍼부어 말하시라. 묵묵한 푸른빛에 그대가 지고 가야하는 생의 지독한 외로움을 몽땅 털어놓으시라. 살아가는 일의 치사함과 초라함까지 모두 고발하시라. 저 푸르른 강물만은 그대의 푸념을 오래 오래 들어주리니.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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