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눈총 받는 마이너리티

2013-06-1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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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영화를 볼 때마다 생경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다. 배우들이 시도 때도 없이 담배를 피워 대는 모습이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하얀 담배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코와 목이 매캐해 지는 것 같다. 불과 20여년전 우리 주변의 일상적 풍경이었는데도 마치 아주 오래전 옛일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흡연은 이 사회에서 급속하게 설 땅을 잃어왔다. 흡연은 더 이상 개인의 자유로운 기호로 존중받지 못한다. 쏟아져 나오는 흡연규제 법규들은 흡연자들을 궁지로 몰아넣으며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눈총을 받으면서 계속 담배를 피울 것인가, 아니면 끊을 것인가” 흡연자들은 고민한다. 이런 고민 속에 흡연율은 자연스레 감소하고 있다.

흡연자는 수적으로 소수자가 됐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차별의 대상까지 되고 있다. 흡연자를 아예 고용하지 않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흡연 종업원들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등의 차별 조치를 취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에는 흡연자들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관한 조사보고서들의 영향이 크다.


지난 주 오하이오 대학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흡연자들은 같은 공간에 있는 비흡연자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업체들에게도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종업원들보다 연평균 6,000달러 정도 더 많은 손실을 끼친다는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근으로 인한 손실 517달러에 니코틴 중독에 따른 생산성 감소 462달러, 흡연을 위한 휴식이 초래하는 손실 3,077달러, 추가 의료비 2,056달러라는 것이다. 원래 이런 숫자는 구체적일수록 믿기 힘든 법이지만 어쨌든 흡연자가 기업들에 부담이 된다는 메시지만은 확실하게 보내고 있다.

수많은 종업원들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흡연 손실에 따른 부담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흡연 억제를 위한 갖가지 방안들을 실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업체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업체들은 여전히 흡연을 개인적 선택으로 존중해 주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능력 있는 흡연자들을 놓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에 간섭하지 않는다.

흡연자들을 차별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바이오텍 전문가인 제크 이마누엘(그는 시카고 시장의 동생이다)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최신호 기고를 통해 “흡연자를 고용에서 배제하는 것은 배려를 저버리는 것이며 이미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또 한 번 차별하는 것이기 때문에 윤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논리가 법리에 근거하기 보다는 동정적 여론에 기대고 있는 것 같다. 한 가지, 흡연자들이 위로 삼을 만한 것은 흡연자 고용차별에 대해 아직은 65%의 미국인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수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흡연자들이 마이너리티라는 사실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다른 마이너리티들과 다른 것은 태생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별달리 하소연할만한 곳조차 없는 것이 흡연자들의 딱한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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