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락가락 정책에 민간 임대시장 휘청

2013-06-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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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혜택·대출지원 등 당근 주더니 규제로 발목 묶고 행복주택 공급

▶ 임대 수익률 하락 시장 위축 초래

“그동안 소형주택 공급으로 서민주거 안정에 나름대로 일조를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와 규제를 강화하고 행복주택까지 공급한다니 어이가 없네요.”(A주택임대업체의 한 관계자) 정부의 일관성 없는 임대정책에 중소 주택사업자는 물론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한편으로는 각종 세제혜택과 대출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주택임대 사업을 장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행복주택 등으로 오히려 업계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민간 임대 살리겠다면서 규제 강화


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4ㆍ1종합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주택임대사업자를 위한 재산세 감면안과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율 적용 등의 완화책을 발표했다.

또 지난달 14일에는 대한주택보증과 함께 ‘매입임대 자금보증’ 상품을 출시해 매입임대사업자가 최대 대출한도까지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대출금리도 일부 인하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규제 완화와 자금지원 확대를 통해 민간 주도 임대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포석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말 유휴부지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행복주택 시범사업지 7곳을 발표하는가 하면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입지를 제한하고 주차장 기준을 강화하는 주택법 시행령과 주택건설 기준에 관한 규정을 국무회의에서 잇따라 통과시켰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자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정부의 강화된 주차장 기준을 적용할 경우 도시형생활주택은 전용 60㎡ 이하로는 짓기 힘들어져 수익률이 30% 가까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 행복주택은 임대료가 주변 시세에 비해 60~70%에 불과하기 때문에 도시형생활주택과 경쟁 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D사 대표는 “4~5년은 기다려야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과잉이 해소될텐데 이때는 행복주택이 본격적으로 입주하는 시기라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쟁력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매입임대시장에도 악영향

투자자들이 주택을 사들여 임대하는 매입임대시장 위축도 우려되고 있다. 저렴한 임대료의 행복주택 공급은 주변 임대료의 동반 하락을 가져와 매입임대에 대한 투자매력도 줄 수밖에 없는 탓이다.

부동산정보 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라 전국의 매입임대사업자는 2011년 3만9,326명에서 지난해 4만5,226명으로 5,900명 증가한 반면 매입임대 가구 수는 같은 기간 121가구 증가한 27만4,708가구에 그쳤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11만4,710가구로 2년간 1만6,209가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민간 임대시장이 채 활성화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규제책을 내놓은 셈이다.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정부는 2009년부터 급격해 발생하던 전세난을 막기 위해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며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정책을 만들어야 함에도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고 임시방편으로 단기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이 현재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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