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면교사 돼야 할 성추행 사건

2013-05-3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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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석 성공회 주임사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피해자 가족은 물론 한국 사회와 교포 사회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하여 공인 한 사람의 성범죄가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우리 사회와 국가에 얼마나 큰 고통과 손실을 가져 오는지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한 개인의 성추행도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공인의 성추행은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 사회 전체가, 이번 성추행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피해자를 생각하며 마음 깊이 안타까워하고, 가해자를 바라보며 공분하고 사죄를 촉구하며, 관련자의 책임을 묻고 있다.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이지만 조속히 사법적 해결이 나오고 통회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피해자의 상처 치유가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용서와 화해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본인 역시 언제든지 도덕적 윤리적 흠결에 노출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그것도 성범죄와 관련하여 특정인의 잘못을 언급하는 것은 특정인에 대하여 신랄한 비난을 가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함부로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勿說他人過) 언젠가는 반드시 나에게로 되돌아와 나를 손상시킬 것이다(終歸必損身)”라는 불가 자경문(自警文)의 한 구절처럼 스스로에게 적잖이 부담이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윤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범죄를 언급하는 것은 이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 사회가 도덕적으로 더 맑고, 깨끗하고, 따듯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먼저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개개인이 올바른 도덕적 품성을 기르는데 더욱 힘써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해 주었다. 도덕성은 인류 사회를 유지해 온 인간의 기본 품성이다. 가정도, 사회도 도덕성 위에 기초하고 있다. 도덕성이 흔들리면 사회가 흔들린다. 특별히 성과 관련된 도덕성이야말로 배우자 관계를 비롯하여 모든 인간관계의 밑바탕을 이룬다. 공인 일수록 전문성은 물론 올바른 도덕적 품성과 높은 성윤리 의식이 요구 된다.

다음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을 비롯하여 기업에서 높은 성윤리 의식이 있어야 함을 알려 주었다. 기관이나 조직에서 성범죄 발생 시 일방적으로 무마하거나 은폐 하려는 시도는 없어져야 한다. 무조건 덮는 게 능사가 아니다. 성범죄를 조직 내 한 개인의 윤리적 일탈의 문제로 축소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기관이든지 성범죄는 예외 없이 투명하고 신속하며 정직하게 처리하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한다.

끝으로 우리 사회에 올바른 성문화의 확립과 높은 성윤리 의식이 자리 잡아야 함을 일깨워 주었다. 최근 들어 미성년자 성폭력범이나 권력관계를 이용한 직장 내 성희롱 그리고 학교나 공공장소에서의 성추행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무너진 성도덕과 성윤리 의식을 높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그 동안 경제개발, 경제 성장에 힘썼다면 이제는 우리 사회의 정신계발, 마음 성숙에 힘써야 할 때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율곡 이이 선생님이 스스로를 일깨우는 ‘자경문’(自警文)에서 말씀 했듯이 남이 보거나 안보거나 조심스레 인격을 닦고 도덕성을 높이는 신독(愼獨)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행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인격과 삶을 존중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나를 위한 수단이나 도구가 아닌 목적적 존재로 여기며 살아야 할 것이다. “여러분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잘 살피십시오”(갈라디아서 6장1절)라는 말씀이 성경에 나온다. 온갖 유혹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가 늘 조심스레 바른 삶을 배우는 마음, 곧 학인(學人)의 마음으로 그리고 겸손한 수행자의 마음으로 살아야 할 때이다.


<최상석 성공회 주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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