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 일단 사고보자” 우려되는 과열경쟁

2013-05-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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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부욕 발동 땐 셀러 전략에 말리기 십상 처음에 생각했던 구입기준들 포기 말아야 마음에 든 경우도 여러 번 방문 후 결정을

“집 일단 사고보자”  우려되는 과열경쟁

과도한 경쟁으로 주택구입이 힘들어지자 당초 가졌던 여러 구입조건을 쉽게 포기하는 바이어가 늘고 있다. 주택구입 성공의 기쁨도 잠시뿐, 곧 후회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구입 후 후회하지 않으려면

묻지 마 식 주택구입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주택구입 열기가 과열되고 있는 일부 지역에서 마치‘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된다’는 식의 주택구입 열풍이 불고 있는 것.

리스팅 가격과 관계없이 경쟁 바이어가 써낸 가격보다 다만 얼마라도 더 써서 집을 사려는 바이어들로 주택시장이 난리다. 자칫 주택가격에 다시 거품을 형성할 수 있다는우려마저 제기된다. 주택가격 거품은 둘째 치고 주택구입 후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주택구입은 여러 면에서 기타 물품구입과 다른 점이 많다. 일반 제품은 구입 후 맘에 안 들거나 상태가 불량하면 대부분 반품을 통해 구입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금액 규모가 큰 차량 구입만 해도 이같은 폐해를 막기 위한‘테스트 드라이브’라는 절차가 있다. 구입 전 미리 제품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일생 최대 규모의 구입이 될 주택구입은 사전 거주도 반품도 불가능하다. 후회 없는주택구입을 위한 주의사항들을 소개한다.


◇ ‘소유’냐‘ 승리’냐

여름철 성수기를 코앞에 둔 지금 전국 대부분의 주택시장이 과열경쟁 양상으로 몸살을앓고 있다. 주택 매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반면지금이 아니면 주택구입 기회를 놓친다는 생각의 바이어들이 넘쳐나 주택구입이 출혈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이성을 잃기 쉽다. 집을 사려는 목적보다 경쟁에서 이겨야 된다는 심리가 쉽게 발동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 나름대로 최상의 조건으로 오퍼를 제출했는데 여러 명의 바이어가 몰렸다면 우선 ‘심호흡’을 한 뒤 상황을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동시에 필요한 조건을 갖춘 집을 사야겠다는 심리보다 경쟁에서 이겨보겠다는 심리가 있다고 판단되면 한 발짝 물러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복수오퍼 상황을 즐기는 셀러는 가장 좋은조건의 오퍼를 바로 선택하기보다 여러 명의바이어에게 카운터 오퍼를 보내 가격 등의 조건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심리가 지배중이라면 이같은 셀러의 전략에 말려들기 십상 이다.

◇여러 번 본 뒤 구입 결정

현실적으로 집을 여러 차례 본 뒤 구입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셀러가 주택시장을 주도하는 시기에는 집을 보는 것조차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또 집 주인이 아직 집에살고 있거나 테넌트가 살고 있는 경우도 ‘집구경’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 자금력이 튼튼한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집을 보지도 않고 주택을 구입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인터넷을 통한 매물 홍보기술이발전하면서 해외에서도 사진만 본 뒤 거액을투척, 집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이런 경우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가능한 여러 차례 집을 보고 난 뒤 주택구입을 결정해야 구입 후후회를 막을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실내를 한 차례 정도 볼 기회는 주어진다. 실내조건이 일단 합격점이라면 최종 오퍼 제출 전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다시방문해 본다. 실내를 한 번 더 볼 수 있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러 시간대별로 이웃을방문해 차이점을 찾아보도록 한다. 집이 빨리팔리기 때문에 미리 오퍼 제출준비를 완료한뒤 최종 방문 후 구입이 결정되면 에이전트를통해 바로 오퍼를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토록한다.

◇매물 정밀진단, 그리고 복습

바이어가 집을 보데데 걸리는 시간은 대부분 30분 내외다.‘ 인심 좋은’ 셀러라고 해도 바이어가 1시간을 넘겨가며 집을 보면 슬슬 눈치를 보내기 시작한다. 제한된 시간 내에 매물을 정밀 진단하는 것은 바이어의 책임이다. 눈으로만 확인하는 절차지만 조금 빠르게 움직이면 주택구입 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부지런히 움직여 집안 구석구석을 다 확인하도록 한다.

닫혀 있는 옷장의 문은 반드시 열어 보고 내부 크기와 상태를 확인한다. 뒷마당이 있다면반드시 나가보고 또 담 주위까지 둘러보며 상태를 점검한다. 지하실이 있는 경우도 내려가누수나 곰팡이 여부 등을 점검하면 좋다. 고가주택의 경우 일부 도면이 제공되기도 하는데도면을 확보할 수 있다면 도면을 통한 매물 점검도 추천된다. 도면을 통한 점검 때 다른 시각에서 매물을 점감할 수 있다.

집을 직접 보고 난 뒤 다시 사진으로 확인하는 복습도 중요하다. 집에 와서 MLS나 기타 웹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서 실제로 봤을때와 비교 분석하는 과정이다. 사진상에 침실의 커튼이 처져 있는데 실제로 창문 뒤에 뭐가있었는지, 사진으로도 침실이 작아 보이는데 실제로도 작았는지 등의 기억을 떠올리며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 주택구입에 확신을 가질수 있다.

◇가능하면 혼자 본다

주택 구입을 결정하기 전에 집을 조용히 혼자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다. 요즘 같은시기에는 단 한 차례 실시되는 오픈하우스를통해 집을 잠시 둘러본 뒤 오퍼를 제출하는 경우도 많다. 오픈하우스는 셀러와 사전 약속 없이 정해진 시간에 언제든지 가서 볼 수 있다는장점이 있다. 그러나 같은 시간대에 집을 보러온 바이어들로 붐빌 경우 제대로 볼 기회를 놓치기 쉽다.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셀러의 기대치등에 대해서도 문의하고 싶지만 경쟁자로 보이는 바이어들로 인해 사적인 질문도 쉽지 않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다른 바이어와 겹치지않게 사적으로 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잠시 여유를 갖고 마치 자기 집에 온 것처럼 소파나 다이닝 식탁에 앉아서 느낌을 받도록 해본다. 북적이는 오픈하우스 때와는 다른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다 포기하지 마’

수차례에 걸친 오퍼 제출에서 모두 실패한바이어는‘ 일단 집을 구입하고 보자’는 마음에여러 조건을 포기하기 쉽다. 매물 샤핑 초기에는 리모델링이 완료된 ‘무브-인 레디’ 매물만찾았지만 상태가 안 좋은 매물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또 잔디나 정원 관리에 자신이 없어 콘도나 타운하우스 매물만 보러 다녔는데이젠 가격 조건만 맞다면 마당이 넓은 단독주택도 구입 대상으로 포함시킨다.

그러나 주택구입 후 자금이 모자라 필요한리모델링이 지연되고 매 주말을 할애해 정원정돈에 나서야 되는 상황이 되면 후회를 막을수 없다. 특히 새 주택 구입지에서 소요되는 통근시간이 증가되면 매일 아침마다 주택구입에대한 후회가 떠오를 수도 있다.

주택구입이 쉽지 않는 요즘 바이어가 여러조건을 포기해야 주택구입이 가능한 시기다.

그러나 여러 조건 중에서도 포기해야 할 것이있는 반면 포기와 함께 후회를 감수해야 하는것들이 있다. 주택구입 때 바이어들의 현명한판단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다.

<준 최 객 원 기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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