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친구

2013-05-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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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중국 역사가인 사마천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는 중국의 역사를 기록하는직책을 가졌었다. 평생을 바쳐 중국 역사의 저작에 전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사기’ (史記)130권을 완성하였다. 사마천의 사기는 단순한기록이 아닌 개인의 견해로 역사를 해석한 최초의 글로 존중 받는다. 그래서 사마천은 동양최고의 역사가의 한 명으로 꼽히며 중국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이 사마천의 사기에 중국인이나 우리 한국인, 나아가 거의 모든 동양인들이 어려서 교육받을 때 한두 번쯤은 들어본 “관포지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에살았던 관중과 포숙아는 어릴 적부터 아주 친한 친구 사이였다. 관중은 재주가 뛰어났으나말썽을 많이 일으켰다고 하는데, 그 때마다 포숙아가 관중 대신 벌로 매를 맞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청년이 되어 둘이 함께 장사를할 때는, 언제나 관중이 포숙아보다 더 많은 돈을 가져갔으나 포숙아는 관중이 가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이해를 했다.


그리고 나중에 관리가 된 관중에게 사람들이 무능하다고 비웃자, 포숙아는 때를 만나지못한 것뿐이라고 친구를 감쌌다. 또 둘이 함께전쟁에 나갔을 때 관중이 세 번이나 도망을 치자, 포숙아는 그에게는 집에 연로한 어머님이계시기 때문이라고 변명해 주기도 했다. 그뿐인가 관중이 전쟁에서 패배한 끝에 죽을 위기에처하자 포숙아는 왕에게 관중은 뛰어난 재상이 될 인물이니 죽이지 말고 등용하라고 간청한다. 그러자 제환공은 관중을 받아들여 재상을 삼았고, 그의 도움으로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주였던‘ 패왕’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포숙아는 관중의 뒤에서 친구가 훌륭한 정치를 펼치도록 힘을 다해 도와주고 관중도 “나를 낳은 것은 부모이지만 나를 아는 것은 오직 포숙아 뿐이다"라고 말할 정도로감사해 했다.

포숙아는 친구가 곤궁에 빠지고 실수를 저지르고 남들에게 비웃음을 받을 때에도 믿어주며 평생 그의편에 서서 보살펴주는 우정을 베풀었다. 이것이‘ 관포지교’이다. 그런데 이들의 우정에는 반전이 있다. 후에 왕이 관중에게 포숙아에게 재상을 맡기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관중은 포숙아가 사람됨이 강직하나괴팍하고 사나워서 백성을 난폭하게 다스려인심을 잃을 가능성이 많으며 아랫사람을 다스리기가 어려울 테니 적당치 않다고 간언한다. 평생 포숙아의 도움을 받아 재상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정작 친구를 위한 절호의 기회에관중은 친구를 추천하지 않고 모함까지 한 셈이다. 그래서 포숙아는 결국 재상의 위치에 오르지 못했다.

아쉬울 때는 친한 척하다가 정작 친구에게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외면을한 배은망덕한 처사가 아닌가.

그러나 관중은 국가의 중책에 적합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앉지 못하면, 결국 개인도망치고 국가조직도 흔들릴 수있다는 생각을 했고, 포숙아도그런 친구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한 것 같다.

나중에 결과를 보면 관중이 죽은 후 왕 환공은 관중이말리던 간신배들을 중용한 끝에 비참한 말로를 보내고 국력도 쇠퇴하게 되지만, 정치에서 한 발 비껴난 포숙아의 가문은명문대가로서 후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관중이 포숙아를 재상자리에 천거하지 않은 것은 친구의 미래를 생각한 때문이며, 포숙아가 자신의 뜻을 이해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고 해석된다.


개인적인 우정과 국가의 인사관리를 현명하게 처리한 관중의 판단력도 놀랍고, 그런 친구를 이해한 포숙아도 위대하다. 그런데 우리가주변에서 쉽게 듣는 말 가운데 ‘친구를 보면그 사람을 알 수 있다’거나,‘ 그 사람의 친구나인간관계에 따라 인생이 크게 달라진다’고 하는 말이 있다. 이렇게 인생에 중요한 친구 관계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사람은 자신과 같은 수준의 사람밖에 사귀지 못하며, 둘째, 진짜 친구이거나 서로존경할 수 있는 친구는 한두 사람 정도이며 많아야 세 명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정말로 친한 친구는 얻기도 어렵고 또한 깊이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는 많은 사람 사이에서는 이루어지기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 일게다.

그렇다면 친구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먼저 성실한 사람이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따돌리거나 이용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기뻐하는 것을 좋아 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은 인간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배려할줄 알기 때문이다.

다음은 자극을 주어 서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지만 질투심이 강하지 않은 사람이고 마지막으로 좋은 친구감은 인색하지 않은사람이다. 인색함은 겁이 많은 것과 함께 절대고칠 수 없는 두 가지 성격이라고 한다. 즉, 구두쇠와 사귀면 재미가 없다. 절약하는 것과 인색한 것은 다르다. 인색함은 혼자만 잘살아 보겠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결론으로,우리 모든 사람은 항상 기쁨을 두 배로 하고슬픔을 반으로 줄일 줄 아는 넉넉함을 가진친구, 사람들이 다 떠나간 후에도 나를 믿고지켜 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두셋은 있어야한다.

(213)272-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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