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로보 사이닝’보상금이 겨우 이 정도?

2013-05-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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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 300달러… 10만달러 이상 극소수 “허탈하고 모욕감”또 다른 소송 예고 “정부 합의안 도출 너무 서둘러”지적도

‘로보 사이닝’보상금이 겨우 이 정도?

지난해 합의된 부실차압 보상안에 따라 최근 보상금 명목의 수표가 피해자들에게 속속 전달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수표 금액이 보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낮아 이에 대한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 피해 본 홈오너들 분노 폭발

지난달 12일부터 발송되기 시작한 부실차압 보상금이 피해자들에게 속속 도착중이다. 그런데 피해를 보상하고 피해자를 위로하겠다는 당초 의도와 달리 터무니없이 낮은 보상 금액에 오히려 피해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부실차압의 책임을 지고 대형 은행들은 지난해 1월 약 25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보상안에 합의한 바 있다. 보상금액 중 약 93억달러를 현금형태로 약 420만명의 피해자에게 직접 지급할 계획이지만 보상금 수표를 받은 피해자들 사이에서 보상금액이 너무 낮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보상은커녕 모욕감만 느껴


최근 부실차압 보상금 명목의 수표를 받은 캐런 풀리(50)는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참아왔던 분노를 부실 압에 따른 서러움과 함께 터뜨렸다. 그동안 차압만은 막아보겠다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한 것도 분한데 지난달 우송된 보상금 수표액이 고작 300달러인 것을 확인하고 참았던 분노가 터진 것이다. “은행 측으로부터 모욕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라는 풀리는 “그동안 부실차압을 밝히기 위한 자료 제출에 들어간 우편료도 안 된다”고 하소연 했다.

2009년 당시 건설업계에서 일하던 풀리는 갑작스런 실직으로 모기지 페이먼트를 납부하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2010년 2월 대출은행 측으로부터 차압통보를 받았다. 모기지 페이먼트 연체로 차압통보를 받았지만 대출은행의 차압절차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이후 3년 동안 정든 집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쏟아 부었다. 3번의 차압경매를 가까스로 모면하고 정부기관 측의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모든 노력은 300달러짜리 수표로 돌아왔다.

■보상액 차이 300~12만5,000달러

부실차압 피해자에게 전달된 보상금액이 풀리 사례처럼 터무니없이 낮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1월 13개 주요 대출은행이 연방 정부 측과 합의한 부실차압 보상안의 일부에 따라 약 420만명의 피해자에게 약 93억달러가 현금형태로 현재 지급되고 있다. 보상금은 피해자 1인당 낮게는 300달러에서부터 최고 12만5,000달러까지 지급되는데 높은 액수의 보상금은 극소수의 피해자에만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BC 뉴스에 따르면 최고 보상 금액인 12만5,000달러는 부실차압 피해자 중 군관계자 약 1,082명과 모기지 페이먼트 연체 사실이 없음이 증명된 일반 피해자 53명에게만 지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수백만명에 이르는 나머지 피해자들에게 지급될 예정인 보상금액은 풀리처럼 300~600달러 수준으로 자칫 또 다른 집단소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부실차압 은행 보상합의 후 수익 껑충

지난해 1월 부실차압 보상안에 합의한 은행들은 BOA, 시티뱅크, JP 모건 체이스, 모건 스탠리, 웰스파고 등 5대 주요 은행을 포함, 13개 대출 은행 및 자은행들이다. 은행들은 연방 정부와의 합의안에 따라 총 93억달러를 현금형태로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 중 약 36억달러는 현금으로 지급되고 나머지 57억달러는 융자조정, 원금삭감 등 차압방지와 관련된 지원형태로 지급되어야 한다. 현금 보상금은 지난달 12일부터 발송되기 시작해 5월 초까지 약 370만명에게 지급됐고 6월 말까지 총 420만명에 지급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5대 은행의 수익이 약 600억달러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며 부실차압 보상 합의금액이 너무 적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상금 액수 어떻게 결정

부실차압 은행의 보상금 지급절차는 재무부 ‘금융통화감독국’(OCC)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두 기관에서 감독하고 있다. 두 기관은 지난해 1월 합의된 ‘독립 차압검토 지급안’(IFRPA)에 따라 피해 보상 대상자와 금액을 결정했다. 보상 대상자는 차압이 2009년 1월1일~2010년 12월31일 발생된 것을 기준이다. 13개의 융자기관을 통해 융자 서비스가 이루어졌고 거주 목적의 주택으로서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이 융자 상한선을 넘지 않는다면 수혜대상이 된다.

보상금은 피해자별 차압절차 진행상황과 대출은행의 부실처리 형태 등에 따라 등급을 결정하고 등급에 따른 보상금 액수가 정해진다. 두 기관은 2011년부터 수백만건에 달하는 부실차압 사례를 건별로 자세히 검토한 뒤 소비자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보상금 등급 가이드를 지난해 6월 마련한 바 있다.

■합의안 도출 너무 성급 지적

최근 지급되고 있는 보상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에는 연방 정부가 부실차압 처리 은행들과의 합의안 작성에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하는 지적이 있다. 2011년 금융통화감독국과 FRB가 부실차압 사례 조사에 나설 때 은행들로 하여금 외부 감사업체를 통해 부실차압 서류를 조사토록 명령했다.

당시만 해도 외부 감사업체를 통해 2009년과 2010년 진행된 부실차압 사례 중 은행 측의 실수나 부적절한 처리에 따른 차압 피해자의 숫자를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파악하려는 의도였다. 그래야만 모기지 금융권에 대한 무너진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연방 정부의 부실차압 사태파악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2012년 1월 은행과의 합의안 발표로 하루아침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당시 피해자 단체와 소비자 보호 단체에서는 다소 갑작스런 합의안에 놀라는 반응이었지만 정부 측은 “보상안 합의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지급 가능한 최대 보상액이 지급될 예정이고 검토작업에 따른 보상금 지급 지연을 막기 위함”이라는 검토작업 중단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외부 감사업체 검토작업에 따른 비용으로 너무 많은 금액이 지급되지 않았나 하는 지적은 여전히 일고 있다. 부실차압 사례 검토를 의뢰받은 7개 외부업체에 무려 약 2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고 이 때문에 피해자 보상금 지급 규모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통화감독국 측은 최근 “합의안의 일부에 따라 은행 측은 적법한 보상기금을 설립해 부실차압 보상으로 책정된 예산을 이 기금에 예치한 뒤 피해 대출자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소비자 단체 재검토 요청, vs. MBA 은행 적법 절차 밟아, 입장차

주택관련 비영리 소비자보호단체 ‘네이버후드 어시스턴스 코퍼레이션 오브 아메리카’(NACA)는 약 6만5,000건의 부실차압 사례에 대한 재검토 요청을 최근 제출했다.

브루스 마크스 NACA 대표는 “초기 부실차압 사태파악 움직임으로 피해자들이 정부 측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은행 측과 갑작스런 합의안 발표가 피해자들의 희망을 짓밟았다”며 재검토 요청 제출배경을 밝혔다.

또 “피해자들은 몇백달러짜리 수표를 받고 모멸감을 느끼고 있지만 은행 측은 부실차압이라는 책임에서 벗어나게 됐다”고도 강조했다.

반면 모기지 은행업계를 대변하는 ‘모기지은행업협회’(MBA)는 모기지 은행들이 부실차압 보상금 지급과 관련, 정부의 규정을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MBA는 최근 “은행들은 부실차압과 관련된 서류검토에 대대적인 인력과 시간을 투자했고 OCC와 FRB가 제정한 관련 지침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성명을 NBC 뉴스 측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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