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빠는 아빠답게 엄마는 엄마답게

2013-05-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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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이 문을 열었다. 어린아이 손톱같이 작은 꽃잎도 함께 어우러져 있으면 금방 함박웃음을 만들어내듯이 우리의 마음들도 한데 모아서 사람 꽃동네를 만들 수는 없을까?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햇빛이 없으면 달빛으로 달빛이 없으면 별빛아래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해도 행복하고 순수한 웃음이 가득했었다. 아침과 저녁에 하는 일, 남자와 여자가 하는 일, 어른과 아이들이 하는 일들이 애써 외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지켜져 갔었다. 그런데 요즘은 도무지 정신이 없다. 모든 게 뒤죽박죽 섞여 있는데도 그것을 문화라는 이름을 붙이고 괴변 을 늘어놓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세상만사 모든 일에는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세월이 변하고 우주정거장을 설치해서 왕래한다 해도 만고 세월 속에서 지켜져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말이다.

굳이 ‘여권신장’을 외치지 않아도 여자가 대통령도 되고 군대도 갈 수 있는 그야말로 세련된 시대에 산다. 그런데 여자인 나도 왠지 남자가 집에서 살림하고 여자가 밖에서 일하면서 드세진 가정은 그렇게 멋져 보이지 않는다. 여자라도 우수한 전문 인력으로 키워져서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것은 딸 다섯 가진 엄마의 소망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큰일을 한다 해도 집에서 아내로, 엄마로의 역할은 남이 해 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세상에 그 어떤 일이 생명을 낳아 키우고 양육하는 엄마의 사랑보다 더 귀한 가치가 있을까? 순수한 사랑 가운데 남녀가 하나 되어 생명을 잉태하고 10개월의 신비한 시간 속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더해지고 채워지는지. 엄마 뱃속에서 세상으로의 신묘막측한 창조의 역사를 스스로 경험할 때 더해지는 놀라운 은총과 축복은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사차원의 사랑이다. 두 사람을 기막히게 닮은 아기가 사람답게 살 때까지의 양육시간은 또 어떤가. 피를 흘리며 자녀를 낳고 피를 말리며 자녀를 키운다는 말이 있듯이 자녀를 키우는 시간은 부모가 커가는 시간이다.


육남매를 키우면서 여섯 아이들이 나를 철들게 하는 선생님이란 생각을 종종한다. 엄마학교 졸업장을 딴 후에 엄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제발 엄마답게 살아주세요!”라고 외치는 아이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달려가다 보면 어느새 엄마다워진 매력적인 중년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빗속에서도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란 말처럼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멈춘다는 뜻이리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할 때 삼라만상이 아름다워지는 것처럼, 봄은 따뜻해야 하고 여름은 뜨거워야 하며, 겨울은 추워야 1년 농사도 풍년이 된다.

사람도 사람답게 사는 것을 ‘철’이 들었다고 말한다. 어른은 어른답게 성숙해야 하고 청년은 꿈과 비전을 머금고 푸르르며, 아이들은 천진한 웃음소리가 절로 터져 나와야 정상이 아닐까.

‘아빠는 믿음으로! 엄마는 사랑으로! 자녀는 순종으로!’ 우리 집 거실에 걸려 있는 나무액자를 가까이에서 바라본다. 이렇듯 쉽고 단순한 역할이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한 가정들이 되었을까?오월엔 가정마다 웃음꽃이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 한 걸음씩 가까이 다가가서 손 내밀어 일으켜주자. 절대 따지지 말고 그냥 꼭 끌어안아 주자. 이만큼 함께 걸어온 것만으로도 큰상을 주어야하지 않을까? 우린 모두 활짝 피어야 하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 꽃들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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