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2013-03-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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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재 호 (와우 벤토 대표)

▶ 즐기면 음식장사도 재미있다

내 나이 27세에 나는 어머니가 하는 식당을 도우며 식당 일을 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식당 일이 그냥 재미있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식당을 시작하니 이 일은 재미있지가 않았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었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시작한 식당을 그냥 접을 수는 없었고 나는 하루하루 빨리 식당을 그만둘 생각만 하면서 억지로 버텼다.

그러던 중 일본을 갈 기회가 생겼다. 그때 오사카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내가 묵던 호텔 앞에는 조그마한 우동가게가 있었다. 나는 아침에 관광을 하러 나갈 때면 그 우동가게에서 우동 한 그릇을 먹었고 그 가게가 문을 닫기 전에 또 다시 우동을 사먹었다.


그 가게의 주인아저씨는 육십 정도 되는 분이었다. 사장님과 튀김을 하는 종업원 그리고 계산을 하는 종업원이 전부인 소규모 가게였다. 그러나 그 가게는 하루 종일 우동과 튀김을 먹으려는 사람으로 붐볐다. 그리고 그 우동 맛은 가격에 비하여 너무나 훌륭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감동시킨 것은 우동을 만드는 그 사장님의 자세였다. 항상 깨끗한 하얀 유니폼에 모자를 쓰고 그 바쁜 가운데서도 우동 한 그릇 한 그릇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우동을 먹을 때는 그 사장님의 음식에 대한 열정과 정성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다시 미국으로 오기 전날 나는 그 사장님과 잠깐이나마 이야기를 할 시간이 있었다. 그 가게는 그 사장님의 아버지 때부터 43년을 해오던 가게라고 했다. 그리고 원래 대학에서 엔지니어를 전공하고 그 쪽에서 일하던 사장님이 15년 전부터 아버지를 이어 가게를 운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렇게 손님들이 맛있게 우동을 먹고 다시 찾아주는 게 너무 감사해서 더 열심히 일한다고 했다. 참으로 말로만 듣던 대를 이어 운영되는 식당 이야기였다.

나는 그 사장님께 나도 식당을 운영하는데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씀 드렸다. 그러자 그 사장님은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대하는 과정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라고 마지막으로 내게 이야기 해주셨다. 아마 그때인 것 같다 내가 식당 일을 평생 해야겠다고 다짐한 것은…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와서 나는 와우벤토를 창업했다. 좋은 음식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자는 생각이 와우벤토를 시작하면서 내 스스로 다짐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식당 일이 힘들면 늘 내 자신에게 질문한다. “너는 음식을 열정으로 만들고 손님을 기쁜 마음으로 대하는가?” “너는 식당 일을 진정으로 즐기고 있는가?” 물론 식당 일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된 일이다. 그러나 우리 음식을 먹고 행복해 하는 손님을 보면서 기뻐하고 그 과정을 즐기기 시작할 때 식당 일은 세상 어느 일보다 재미가 있어진다.

예전의 나처럼 먹고 살기 위해서 마지못해 식당 일을 하면 힘만 들고 보람은 없다. 고생스럽다고 투덜거리지만 말고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고 따뜻한 마음으로 손님을 섬기는 그 과정을 즐겨보자. 식당 일이 단지 잠깐 하는 일이 아니라 평생을 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기고 최선을 다해보자. 그렇게 일을 즐기기 시작할 때 고된 일을 감당할 힘이 생길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들로 넘치는 식당이 될 것이다.

■이것이 핵심
1. 정성된 음식으로 손님을 섬겨라.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기도록 해라
2. 식당 일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평생 할 만한 일이라고 여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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