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80:20 투자법칙

2013-03-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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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 이 재 호 (와우 벤토 대표)

몇 해 전 부유층 주택가에 스테이크와 프렌치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준비하는 예비 사장님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여러 가지 식당을 해본 경험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주류사회에서 인정받는 고급 식당을 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그리고 그 뜻을 같이 한 몇 분과 동업으로 식당 공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검토하기에는 그 예비 사장님이 원하는 시설은 너무나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았다. 나는 인테리어와 그밖의 모든 비용을 최대한 줄여서 총 예산의 80% 안에서 식당을 개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을 했다. 하지만 그 사장님은 고급 손님들을 위한 식당은 최대한 멋있게 실내장식을 해야 하고 그렇게만 하면 개업과 동시에 손님이 몰려오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단정했다. 그 후 4~5개월을 목표로 내부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공사를 하면 할수록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서 모든 것을 마치고 개업을 하는 데는 거의 일년이 걸렸다.

오랜만에 개업식에서 다시 만난 그 분은 많이 지쳐 있었다. 그리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개업은 했지만 운영자금이 모자라는 것이었다. 음식, 인테리어, 서비스 등등 내가 보는 관점에서 시간이 지나고 좋은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식당이었다. 그러나 자리 잡고 안정이 될 때까지의 그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또한 개업과 동시에 손님으로 가득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그분의 예상도 빗나가고 말았다. 가끔씩 전화통화를 할 때면 새롭게 시작한 식당이기에 일도 힘들지만 여유자금이 모자란 것이 그 사장님을 크게 위축시키는 것 같았다.


그 후에 그 식당은 추가 자본의 투자문제와 부진한 매상으로 인하여 동업자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크게 발전하지 못한 채 그저 그런 식당이 되고 말았다. 많은 분들이 식당을 준비할 때 착각하는 것이 식당을 개업만 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이 되고 장사가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개업을 준비하면서 운영자금이나 광고비용 등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돈을 쏟아 붓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개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가게를 준비할 때는 개업이라는 희망이 있어서 잘 이겨낼 수 있지만 가게를 연 후 장사가 힘들어지면 마음이 무너지면서 낙담하게 된다. 그럴 때 자금의 압박까지 받는다면 좋은 컨셉과 시설에도 불구하고 실패하게 된다.

LA 한인타운에는 600개 정도의 식당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식당을 개업해서 3년 넘게 한 주인이 운영하는 경우는 참 보기 힘들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시작하고 어려움을 겪다가 폐업을 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초기 자본을 잘 운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내 경우도 식당을 준비하면 여기 저기 들어가는 돈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처음에 예상하지 못하던 경비도 많이 생긴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액의 20% 정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운영자금으로 남겨놓은 채 개업을 해야 한다. 보통의 경우 그 액수는 가게에 따라 다르지만 6개월 정도의 운영자금으로 볼 수 있다. 식당은 창업도 비교적 쉽지만 폐업의 확률도 다른 업종에 비하여 굉장히 높다. 이런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가려면 투자의 80:20 법칙을 잘 이해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핵심

1. 개업이 목표가 아니라 장사가 잘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것을 잊지 마라.
2. 시설은 조금 아쉬울 정도까지만 해라.
3. 개업 초기에 돈 걱정을 하면 정말 중요한 것을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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