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가렛 대처와 박근혜

2013-03-1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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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영웅을 꼽으라면 트라팔가 해전의 넬슨 제독, 워털루 해전의 웰링턴 장군, 아프리카 엘 알라메인 전투에서 롬멜 전단을 궤멸시킨 몽고메리 원수 등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영국현대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을 꼽자면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수상과 ‘영국병’에서 영국을 건져낸 마가렛 대처 수상이 될 것이다.

영국을 가장 잘 다스린 왕은 누굴까. 영국인들은 주저하지 않고 엘리자베스 1세와 빅토리아여왕을 언급한다. 특히 두 여왕과 대처 수상이 국민을 잘 살게 하고 나라를 번영 시킨 인물로 인정 받는 것은 여성 대통령을 가진 한국국민들이 눈여겨 볼만한 사항이다.

정치인 마가렛 대처와 박근혜는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 우선 아버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여성들이다. 멘토가 아버지다. 대처는 수상취임에서 “오늘의 이 영광은 모두 아버지 덕분”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대처의 아버지는 구멍가게 주인에서 작은 도시의 시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가 대처에게 강조한 것은 “누가 뭐래도 너의 신념을 굽히지 말라”였다. 정치인이 신념을 굽히면 끝장이라는 것이다.

처칠과 대처가 다른 점은 처칠은 유머가 가득한 화합의 정치인이었으나 대처는 유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외골수 정치인이라는 사실이다. 여자가 영국에서 보수당 당수가 된다는 것, 그리고 수상이 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처가 당수로 선임 되어 전임 당수인 히스 수상을 인사차 찾아 갔을 때 히스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처에게 말 한마디도 안했다고 한다. 대처는 자신이 받은 모욕을 그가 수상이 되었을 때 히스가 축하 전화를 걸어왔으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응수했다.

대처는 국민을 위한다는 신념 하나로 불가능하게 여겨져 온 장벽을 넘는 기적(?)을 일구어낸 정치인이다. ‘박근혜’가 여당 당수가 되고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되는 놀랄만한 능력을 보인 것과 일맥상통 한다. 대처는 자기 사람도 없었고 당파를 만들지도 않았다. 국민만을 자신의 파트너로 삼고 앞만 보고 달려간 정치인이다. 너무 보수 강경일변도라 야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말이 많았다. 그러나 선거만 치르면 국민이 대처 편인 것을 어떡하랴. 대처는 영국의 최장수 수상(11년 재직) 기록을 세웠다.

대처의 업적은 ‘영국병’을 치유한 것이다. 당시 영국은 모든 산업을 국유화하고 사회복지를 늘린 데다 노조의 힘이 막강해 거의 사회주의화 되었었다. 기업들이 파업 때문에 생산의욕을 잃었고 외국자본이 다 빠져나가 국제 경쟁력이 떨어져 경제가 파탄이 났다. 모든 것을 국가에 의존하고 국가가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자세 - 이것이 이른바 영국병이다.

지금 한국이 앓고 있는 ‘한국병’은 노조와 종북 사조, 그리고 부정부패와 사회의 양극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한국병을 고치려면 엄청난 저항을 각오해야 한다. 당보다 국민을 파트너를 삼아야 이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한국병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다. 대처가 포클랜드 전쟁에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더라면 그의 영국병 치료도 실패했을 것이다. 대통령은 아무리 유능해도 국가안보 문제를 잘못 다루면 끝장이다. 북한의 위협에 박근혜 대통령이 의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여성 대통령은 역시 안 되겠네” 소리가 터져 나오며 리더십이 시련을 겪을 것이다. 대처가 포클랜드 문제를 둘러싸고 국민의 단결을 어떻게 유도 하였는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고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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