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정 (회생 한의원 원장)
우리 몸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기운은 음과 양이라는 대조적인 두 에너지다. 음적 기운은 여성적이고 수동적이며 만물을 자양시키는 물과 같은 기운으로 인체에서는 진액 피 등이 음에 속한다 반면 양적인 기운은 남성적이고 능동적인 불과 같은 에너지로 인체의 기운을 주관한다. 이러한 두 에너지가 적정하게 조화를 이루었을 때 심신이 편안하여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수승화강’은 이런 이상적인 상태를 표현하는데 이때 음적인 찬 기운은 위로 올라가서 머리등의 상체를 시원하게하고 화기 운은 밑으로 내려가서 기운을 생성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야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나 분노를 일으키면 역기 현상이 일어나 화기 운은 올라가서 온갖 화병을 일으키고 상대적으로 하체 부분은 허한 상태가 되어 요통이나 무릎 통증 들을 초래한다. 이때 인체의 음기운을 소진 시키면 인체의 진액이 고갈 되거나 피가 부족해진다. 이렇게 음기운이 허해지고 양기운은 광적인 불길 같이 걷잡을 수 없이 위로 치솟으면 음양의 부조화가 극단적으로 되어 인체에서 바람이 휘몰아친 된다. 이와 같이 중풍이 오게 되는 것이다.
다른 경우에서는 기력을 소모 시켜서 중풍이 오는 경우도 있다. 과도한 노동, 혹은 지나친 성생활 등으로 음기운을 소모 시키면 음양이 균형을 잃으면서 양기운 성하게 된다. 이런 경우를 허화가 떴다고 한다. 허한 음기운으로 인해 병적인 화기운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마치 건조한 기후 때문에 원인 모르는 산불이 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이런 경우는 어지러움을 동반하는 두통, 뒷목 뻣뻣함, 안구건조증, 구갈 이명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역시 극단적으로 음양이 균형을 잃으면 바람이 휘몰아치게 된다.
때로 환자들 중에는 스트레스가 별로 없이 중풍이 오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가 많다. 고령층에서는 노화 현상으로 인체의 음기운이 젊은 층보다 더 허한 상태이므로 더 쉽게 음양의 불균형이 극단화 되어 중풍이 오게 된다.따라서 위에서 설명한 화병이나 허화의 증세가 있는 분들은 악화되면 항상 풍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그 이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열을 발생시킬 수 있는 삼종류, 계피, 생강 등은 삼가는 게 좋다. 다른 원인에서도 중풍이 올 수 있지만 위의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들이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여 풍으로 진행될 때 여러 전조증세가 나타난다. 두통과 목 뻣뻣함의 악화, 눈가 입가 손 같은 특정부위의 잦은 떨림, 감각 둔화, 인체의 반쪽의 저림 혹은 무력감 등이 나타나거나 혹은 발음이 부정확해지거나 사물이 둘로 보이기도 한다. 이때는 인체가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에 정말로 귀기울여야한다. 그러나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그 자리에서 열손가락의 바닥 정중앙선 끝, 즉 손톱 끝에서 2-3mm 밑을 사혈한다. 이방법이 충분치 않으면 중지 손 등 쪽 끝마디를 추가로 사혈한다.
중풍 후유증 치료는 한의학이 그 진가를 발휘하는 독보적인 영역이다. 현대 의학이 포기한 한 미국인 반신불수의 중풍 환자가 완전히 마비되었던 손을 2주 만에 어눌하지만 움직이기 시작하여 3개월 후에는 돈도 잡아 건네 줄 수 있게 되었고 한 달 만에 마비되었던 발, 다리를 움직이게 되었다. 휠체어에 거의 의존하던 그는 이제 짧은 거리는 도보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이 미국인 환자는 다른 미국인 환자에게 항상 약 3000년간의 한의학 역사를 자랑삼아 얘기한다. 왜냐하면 그에게 한의학은 곧 희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른 중풍 환자들도 그처럼 희망을 잃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