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편하다고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

2013-03-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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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 이 재 호 (와우 벤토 대표)

처음 식당을 시작할 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주방에서, 나는 홀에서 일을 했다.

그때까지 한번도 가족이 함께 일을 해 본적이 없었던 우리는 참으로 그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우선 육체적으로 힘들고 피곤하니 너무나 쉽게 가족 서로에게 짜증을 부리게 되었다.

그리고 권위적인 아버지는 어머니와 내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면 그것을 아버지를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심하게 역정을 내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주방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나와 멕시칸 종업원들에게 풀곤 하셨다.


나 또한 내가 뜻한 대로 일이 안 된다고 부모님에게 버릇없이 신경질을 부리곤 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들은 입버릇처럼 식당을 그만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그 식당은 우리 집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에 매일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다음날 아침에는 다시 아무 말 없이 한 차를 타고 식당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힘들고 고된 시간이었지만 가끔은 그 시간이 그립기도 하다. 식당 경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가족 간에 대화의 방법도 모른 채 온몸과 마음으로 견디기만 했던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그때 내가 좀더 지혜롭게 함께 일하는 방법을 알았다면 아니 서로 조금만 더 소통하는 방법을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식당사업은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노동 집약적인 사업이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이 같이 일을 해서 경비를 줄이는 것은 처음 식당을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부부가 같이 그리고 부모와 자녀들이 같이 일하는 식당에서는 가족간의 갈등과 다툼이 너무나 심하다. 권위적으로 부모와 남편 말이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유교적인 사고는 서로 대화하고 협력해서 일해야 하는 식당 일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식당 일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다. 그리고 손님이 몰려서 정신없을 때 또는 뜨거운 불 앞에서 온 신경을 쓰고 일할 때 누군가가 옆에서 신경질을 내면 일 그 자체보다 정신적으로 더 힘들고 지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하는 도중에 가족이기 때문에 편하다고 서로에게 너무 함부로 대한다.

아무리 허물없는 가족이라도 같은 식당에서 일을 할 때는 가족인 동시에 동료로 대해주어야 한다. 각자가 맡은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상대방의 일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인정을 해주어야 한다. 비록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가족이라고 너무나 쉽게 비난과 질책을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에는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언제나 일보다는 사람이 우선이고 사랑하는 가족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된다. 가족이 함께 일할 때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은 식당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중요한 사항중의 하나이다.

■이것이 핵심

1. 가족이 편하다고 함부로 대하면 오래 같이 일하기 힘들다
2. 자극적인 말은 일이 끝난 후 차분한 마음으로 해라
3. 일보다는 가족의 행복이 우선이다. 내가 힘든 만큼 다른 사람도 힘들다는 것을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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