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빠 잃은 한인 신생아들

2013-03-02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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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지하 뉴욕지사 사회1팀 기자

지난 2011년 뉴욕시에서 탄생한 한인 신생아 10명 중 1명에겐 아빠가 없다? 틀린 이야기 같지만 뉴욕시 보건국이 공개한 ‘신생아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인 산모의 9.9%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를 낳은 미혼모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이들 미혼모는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어 실수로 임신을 한 10대 청소년일까? 그렇진 않다. 이 기간 전체 산모 중 20세 미만, 즉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0.2%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 전체 산모 중 미혼모의 비중은 1~2%로 추산된다. 절반 이상이 10대 청소년이고, 나머지 절반 역시 20대 초반의 어린 엄마다. 뉴욕시 한인 미혼모와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이 9.9%라는 미혼모 비율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머리를 갸우뚱거리던 중 약 1년 전 한 후배 부부와 나눴던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출산을 앞둔 아내의 병원비를 걱정하던 중 연방정부의 무상 의료혜택인 메디케이드 신청을 대행해 준다는 브로커와 연결이 됐어요. 정상적으로 납부해야 할 병원비의 10%만 자신에게 건네면 병원비를 한 푼도 내지 않게 해 준다더군요. 그런데 그 브로커가 이상한 질문을 제게 던졌어요. 미국에서 혼인신고를 했느냐는 거예요. 그래서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한 저희 는 한국에서만 혼인신고를 하고 아직 미국에선 혼인신고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대뜸 ‘제 일을 아주 쉽게 만들어주시는 군요. 감사합니다’라고 하더라구요.”

후배는 그 즉시 ‘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게 감사하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 때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산모가 미혼모이면 훨씬 더 수월하게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을 수 있거든요.”

실제로 취재를 위해 연락을 취한 여러 메디케이드 신청 대행업체 관계자들이 이를 확인해줬다.

2011년 한인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는 119명. 물론 이들 중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빠가 없는 상태에서 세상의 빛을 본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아빠를 감추고, 숨겨야 하는 현실을 맞이한 것으로 추정된다.

얼마 전 육아 전문웹진인 ‘페어런츠닷컴’(parents.com)이 다섯 살 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삶의 가치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정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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