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양심의 메트로놈

2013-02-1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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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드류 박 ‘박트리오’ 피아니스트

학생들을 가르칠 때마다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는 단연 피아노다. 그런 피아노에게 친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메트로놈’ 즉 박자기라는 녀석이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면 나는 종종 ‘피아노는 나의 사랑, 메트로놈은 나의 친구’라고 소개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전자식 메트로놈까지 나오며 시대에 따라 모양도 많이 바뀌었지만, 메트로놈이 처음 개발되던 당시의 마음은 ‘우정’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메트로놈(Metronome)은 시계추의 원리를 응용하여 개발한 박자기로 멜젤 메트로놈(Melzel Metronome)이라는 사람이 개발했다. 그는 베토벤의 주치의이자 친구였는데, 베토벤의 청력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서, 음악 하는 친구를 위해 발명한 것이다.


친구를 위해 개발된 이 기구는 이제 나 뿐 아니라, 수많은 음악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레슨을 받는 학생들은 종종 메트로놈 소리가 듣기 싫다고 말한다. 그것은 박자기가 피아노 앞에 그들을 앉혀놓는 하나의 속박으로 느껴지거나, 때로는 자신의 연주를 구속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 역시 흥에 겨워 연주를 하다보면, 빠르게 또는 느리게 연주하고 싶을 때마다 어김없이 메트로놈에 의해 제재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읽기 힘든 악보를 겨우 겨우 읽어 나갈 때면, 마치 뒤에서 무언가가 쫓아오는 듯 느껴질 때도 있다.

메트로놈이 알려주는 박자에 맞춰가며, 그 안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표현해내기까지는 나 역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했다. 음악을 시작한지 30여년이 넘은 지금에야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도 메트로놈과 같은 장치들이 있다. 사회 구성원이라면 반드시 지켜야하는 법칙과 규칙, 때로는 도덕과 양심이 바로 그것이다. 만약 연주자가 박자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연주한다면, 그 연주는 박자 없는 엉성한 연주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지켜야할 법규들을 어기면 그때부터 우리 사회 역시, 엉킨 실타래가 되고 말 것이다.

쉬운 예로 교통법규를 들 수 있겠다. 매일 운전을 하며 달리는 프리웨이에서 지켜야할 제한 속도라든지,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규칙들은 우리가 가볍게 여기고 어길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난 운전기술이 좋으니 괜찮을 거야’하며 이를 어기다가 사고가 나면 이런 작은 규칙들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대한민국을 새로 이끌 박근혜 정부가 국무총리 후보로 정홍원 변호사를 지명했다. 정 후보자는 한 인터뷰에서 후보직을 수락하면서 어떤 고민을 했느냐는 질문에 “(국회 인사청문회가)하도 신상털기가, 제 느낌으로도 그런 점이 없지 않아서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뭐가 있지 않나 생각까지 나더라”며 “가만히 혼자 생각해 보니 젖 먹을 때부터 지은 죄가 다 생각나더라”고 말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고들 하지만 우리 모두 작은 규칙부터 지키려고 최선을 다하다보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참다운 자유는 절대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상처를 입히지 않는 것이다. 나의 생각을, 나의 혀를, 나의 행동을 자제시킬 수 있는 내 양심의 메트로놈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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