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따뜻한 마음을 팔아라

2013-01-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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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 이 재 호 (와우 벤토 대표)

이십대 중반 식당을 시작한 나는 10년 만에 가게 3개를 운영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8년 나는 2개의 식당을 동시에 열었다. 멀지 않아 큰 식당 체인의 사장이 될 것 이라는 나의 원대한 꿈은 그렇지만 암담한 실패로 끝났다.

새로 시작한 두 식당은 개업을 하자마자 금융위기라는 악재를 만났다. 또한 여러 개의 식당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상황은 갈수록 안 좋아졌다. 2년을 어렵게 버텼다. 하지만 새로 개업한 두 가게는 차례대로 문을 닫았고 그 결과 기존의 가게들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식당 사업을 시작하고 실패를 해본 적이 없던 나는 크게 좌절했다.

하지만 잃어버린 것을 억울해 할 수 만은 없었다. 나는 내가 왜 이렇게 큰 실패를 했는가 생각해 보았다. 물론 시기적으로 안 좋았다. 또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확장을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식당 운영의 기본을 잊고 있었다. 식당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최선을 다했다. 손님들은 정성들여 만든 음식과 나의 친절에 단골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단골이 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식당은 3개가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어졌다. 더 큰 성공을 위해 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식당 주인이 아닌 냉철한 이성만 남은 사업가가 되어 있었다.


얼마 전 식당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교회 집사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집사님은 장사가 너무 안 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나에게 물어왔다. 나는 그 분에게 “집사님은 무엇을 파는 분이세요”라고 여쭈어보았다. 그 집사님은 어리둥절하면서 “식당을 하면 음식을 파는 것 아닙니까”하고 나에게 이야기하셨다.

물론 그 집사님의 말씀은 옳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음식을 파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그간의 실패를 통해서 식당은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팔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마치 가수가 노래로 또한 화가가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듯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음식과 친절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선을 다해 만든 음식과 친절한 미소는 손님들에게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무언가 특별한 답을 들으려고 했던 그 집사님은 음식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팔라는 내 말에 약간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곧 그것이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이라는 말씀으로 내 이야기에 동의해 주셨다.

참 어려운 때다. 식당 운영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하지만 정직하게 만든 음식을 친절함으로 파는 가게는 요즘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과연 음식장사가 음식만 파는 것일까? 식당 경영자라면 한번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이다.

■이것이 핵심
1. 기본적인 자세를 잃을 때 식당은 망한다.
2. 정성된 음식, 친절한 미소는 손님에게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3. 음식만 팔려 말고 따뜻함을 팔아라. 그리고 그것을 음식과 친절로
표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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