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칼럼/ 희망과 여유

2012-12-2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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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회계사는 지식이나 경험을 파는 사람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배우는 건 단순한 지식이나 기술이 아닌 것 같다. 세무 지식은 기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른데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이 쓰라려도 얼굴은 웃는 법, 용서할 수는 없어도 화해하는 법, 이해할 수 없어도 덮어 주는 법, 마음을 주진 않아도 도움을 주는 법, 쓸쓸함과 외로움을 묵묵히 견디어 내고 거기서 평화를 얻는 법, 그리고 고난의 뒤엔 반드시 희망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믿고 그 희망을 찾아가는 법...


답은 <희망>에 있다. 모든 고난은 지나가게 마련이다. 가장 경기가 안 좋았다는 2012년도 이렇게 가고 있지 않은가. 세상에 영원한 고난은 없다. 비즈니스는 힘들고, 세상은 마음먹은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희망이다.

희망에는 여유와 겸손이 필요하다. 지난 한 해, 잘못한 것은 없나 반성한다. 세금 좀 줄여줬다고 잰체하지는 않았나, 세치 혀로 마음에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반성을 하다보면 눈이 찡해 온다. 그리고 내년에는 다시는 이 잘못을 반복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살아온 시간과 세상에 감사하고, 그래서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하고, 직원들에게 감사한다. 나를 믿고 일을 맡긴 손님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의 사랑에 감사하다보면,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

내년에는 영혼도 항상 깨어있길 바란다. 그래서 더 많은 여유를 갖고 싶다. 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2층 창문을 열었다. 가지 앙상한 나무에 걸린 겨울을 본다. 가지 끝에, 겨울의 향기가 흔들리는 바람에 걸려있다. 언제 저 나무가 저렇게 앙상해졌지? 가을이 가는지, 겨울이 오는지, 눈이 꼭 와야 겨울은 아닌데. 세월의 변화도 모르며 살고 있지는 않나, 스스로 묻는다.

가던 길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그럴 틈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인가? 다른 자동차나 보행자에게 5초의 양보도 할 틈이 없다면, 그 얼마나 슬픈 인생인가? 아침에 일어나 아내와 자식들에게 ‘사랑한다’ 말 한마디 할 틈이 없다면, 그 또한 얼마나 슬픈 인생인가? 밤하늘의 별을 헤는 여유는 없다하더라도, 몇 초의 여유는 갖도록 하자, 그렇게 스스로 다짐하며 책상에 앉는다.

손님이 놓고 갔다며, 직원이 화분 하나를 내민다. 포인세티아(poinsettia) 꽃의 붉은 색이 오늘 아침엔 참 밝게 불탄다. 꽃말이 ‘축복합니다.’라고 한다. 2012년을 보내고 2013년을 맞는 지금, 세상의 모든 분들에게 전하고 싶다. “축복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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