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막농부로 사는 시인, 그의 고백”

2012-12-1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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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길 시집‘사막시편’출간

극한 상황의 오기·독기가 절망과 슬픔을 거쳐…
20여년간의 바하 캘리포니아 생활 진솔히 담아
한국‘시조시학’가을 호 김호길시인 특집 소개

김호길 시인이 시집 ‘사막시편’(책만드는집)을 냈다.

1988년부터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 근교에서 사막 농부의 삶을 살고 있는 김호길 시인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극단의 추위와 더위가 공존하는 곳, 문명의 흔적이 없이 절대 자유와 절대 고독을 현실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사막에서 견뎌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시 67편을 이 책에 담았다. 오기와 독기, 설움과 울분, 슬픔과 절망을 거쳐 사막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노래하게 된 시인이 절제와 함축과 초월로 새겨 쓴 시들이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극한상황에 처박혀 귀양 아닌 귀양살이”라고 사막에서의 삶을 표현한 시인은 이 시집에 대해 “그 극한의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처절한 삶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다. 피와 땀과 눈물로 엮어낸, 그래서 상처투성이 몸으로 풀어낸 ‘눈먼 무소처럼 사막 벌을 뒹굴어오며’ 혼자 부른 노래”라고 고백한다.

황치복 문학평론가는 “김호길의 사막시편은 현대시조사에서 이채로운 한 국면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많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대결의식과 생의 근원에 대한 탐구의식은 시인의 치열한 삶을 방증해주는 자료일 뿐만 아니라 현대시조의 치열한 현실 대응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값진 성과”라고 평했다.

김 시인은 수필집 ‘바하사막 밀밭에 서서’란 수필집을 냈고, 시집 ‘수정 목마름’(1990)과 ‘절정의 꽃’(2000)을 냈지만 ‘사막시편’을 사실상 도미 이후 엮은 첫 시집이라고 여긴다. 앞서 두 시집은 한국서 쓴 것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 1967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시조월드’ 발행인과 세계한인작가연합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김호길 시인은 한국서 발행되는 ‘시조시학’ 가을호에 특집으로 소개됐다. 시인의 커리커처를 표지화로 쓴 이 잡지는 시인연구 편에서 김호길 대표 시 10편과 자전적 시론 ‘신기루를 꿈꾸는 시인’, 황치복의 평론 ‘영혼의 미로를 헤치는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실었다.

문의 hogillkim@yahoo.co.kr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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