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마지막 트윙키

2012-11-24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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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경 전산과 강사·수필가

지난 월요일 아침 라디오에서 트윙키, 원더브레드 등을 만드는 회사 ‘호스테스’가 문을 닫는다는 뉴스를 들었다. 트윙키는 30년 전 미국에 온 첫 해에 하도 유명하여 먹어 보았는데 너무 달아서 이제껏 몇 번 먹어 본 적이 없다. 미국인인 남편도 좋아하지 않아서 먹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연간 매상이 28억 달러라는 이 회사의 금년도 트윙키의 매상은 6,800만달러였다 한다. 그처럼 잘 운영되는 회사가 직원 계약 갱신을 할 때, 매니저급은 우대해주면서 일반노동자들의 베니핏을 줄이고 월급을 깎는 데에 불만을 품은 노동조합이 스트라이크를 일으켰고, 회사는 폐사를 발표했다. 1만8,000여명이 직장을 잃게 되었고 트윙키의 생산이 금지된 것이다.

82년 세월 특히 지난 10여년 건강식품이 전 미국을 휩쓰는데도, 한결같이 스낵의 대명사로 미 전역 온갖 가게와 밴딩 머신에서 꿋꿋하게 왕 자리를 지켰던 트윙키였다. 그냥 먹는 것도 부족하여 뉴욕의 한 식당에선 트윙키 튀김을 개발하여 성공하는 등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트윙키가 사라진다니, 그동안 도외시했음에 은근히 죄책감조차 느껴졌다.


그래서 마지막 길 떠나는 트윙키의 자존심을 세워주고자 스낵 왕 다운 장례식을 치러주겠다는 심정(?)으로 그날 꼭 트윙키를 먹기로 작정했다. 미루고 미루다가 저녁에야 식품점으로 나서면서 은근히 불안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 같은 생각을 했을 텐데 아직도 남아 있을까?

트윙키를 파는 곳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핸드폰에 소리까지 질러대며 야단들이었다. 트윙키 자리가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니저는, 공장을 나섰던 트윙키 트럭들이 모두 리콜 되어 되돌아가는 중이라 더 이상 배달될 트윙키도 없다고 했다. 이왕 떠난 트럭들까지 리콜할 건 뭐람?

나 같은 생각으로 왔다가 나 같이 기회를 놓쳐버린 사람들과 함께 안타까워하면서 수군대는 동안 더더욱 트윙키를 먹을 이유가 커졌다. 곧 몇 블럭 떨어진 다른 식품점으로 뛰었는데, 그곳에도 트윙키는 없었다. 이전 식품점에서 본 한 그룹을 또 만났다. 그들은, 오다가 월그린에 들렀는데 거기에는 아직 낱개로 파는 트윙키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몇 개 남겨 놓고 몇 개만 샀지만 박스로 더 살까 하여 들렀다며, 빨리 월그린으로 가보라 했다.

후다닥 몇 빌딩 옆의 월그린에 갔지만, 아뿔싸 몇 분 사이에 사라지고 말았다. 비장한 마음으로 옆 동네까지 가서 몇 식품점을 뒤졌건만 역시 허사였다. 그곳엔 아예 ‘호스테스’ 모든 제품이 품절이었다. 허망한 마음으로 되돌아오던 길, 작은 가게가 눈에 띄어 들렀는데 아, 단 하나의 트윙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판매원이 퇴근길에 자기가 먹으려던 중이었다며 큰 식품점에서 아예 한 박스 사야겠다고 했다. 이젠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하니 실망이 대단했다. 내가 포기할 테니 당신이 먹으라고 하니, 그럴 수는 없다며 고맙지만 가져가라고 했다. 덕분에, 그날 밤 나는 인터넷에 뜬, 모세가 십계명 돌 대신 트윙키를 들고 있는 사진, 트윙키 장례식 사진 등 앞에서 정중하게 목례하고는 내 마지막 트윙키를 먹었다.

현재, 트윙키는 이베이, 아마존닷컴 등 인터넷 수많은 사이트에서 2-5배의 값에 팔리고 있다. 그렇지만, 캐나다에선 미국의 폐사와 관련 없이 여전히 판매된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누군가 ‘호스테스’를 사서 운영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어쩌면 그날 먹은 것이 내 마지막 트윙키가 아니 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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