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이정아씨가 LA를 떠난 지도 꼬박 반년이 되었다. 신장이 약하여 오래 고생하던 그는 지난 5월 치료차 한국으로 떠났고, 이러저러한 고비를 넘긴 끝에 9월14일 2개의 신장을 모두 적출하는 수술을 받았다. 현재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하면서 투병 중인 그는 내년 1월께 이식수술을 받을 예정이라 하고, 수술이 잘 되어 건강을 회복하면 꽃피는 3월에는 LA 문인들과 해후할 수 있을거라며 그리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
수필문학가협회장등 왕성한 활동 중단 아쉬움
신장 2개 떼 내고 내년 1월 이식수술 앞 둬
투병 와중에 진솔한 삶 담은‘자카란다 꽃잎…’ 출간
“이곳에서의 삶은 살수록
낯섭니다.… 온전치 못한
소통이며 일상입니다.… 그 갈증을
한글로 쓰는 문학이 채워줍니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 회장이며, 본보 문예공모 생활수기 부문 심사위원, 본보 문화면 칼럼니스트였던 이정아씨의 빈자리는 상당히 크다. 그것은 단지 이런 공식직함들 때문이 아니라 이정아라는 한 사람, 한 친구, 한 수필가가 이곳서 차지했던 크나큰 존재감 때문이다.
‘끌탕’이라 해도 좋을 한인문단에서 이정아씨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글보다 말이 많은 문단에서 그는 언제나 글을 쓰고 작품을 내는 모범작가였고, 한국과 미국에서 두루 인정받는 실력있는 문인이었으며, 불의를 보곤 절대 참지 못하는 올 곧바른 성격을 지녔으면서도 어느 자리에서나 모두를 웃게 만드는 유머러스한 친구였다. 그의 공명정대한 리더십으로 인해 재미수필문학가협회가 지금 남가주문단에서 가장 건실한 단체로 성장했음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런 자신의 빈자리를 다소나마 채우려는 듯 쓸쓸하고 분주한 연말의 문턱에 사람은 안 오고 책이 먼저 날아왔다. 그의 세 번째 수필집 ‘자카란다 꽃잎이 날리는 날’(푸른길)이다. 본보 칼럼 ‘수필로 그린 삶’과 문예지에 실렸던 글들을 모아 엮은 이 에세이집에 대해 작가는 “새 생명의 탄생같은 의미로운 책”이라고 감사와 감격을 전한다. ‘낯선 땅에서 나를 숨 쉬게 하는 것’이란 머리글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이곳에서의 삶은 살수록 낯섭니다. 나는 주로 브로큰 잉글리시를 쓰며, 라틴계종업원을 통솔하는 남편은 브로큰 스패니시를 합니다. 이곳에서 태어난 아들아이는 부모에게 브로큰 한국어로 말합니다. 온전치 못한 소통이며 일상입니다. 언어 소통에 부족함을 느끼는 그 갈증을 한글로 쓰는 문학이 채워줍니다” 그러면서 그는 “글을 쓰는 것은 제게 ‘숨’입니다. 숨통을 틔우기 위해 매일 일기처럼 씁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를 끔찍이도 아끼는 한국의 두 문학인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그의 수필의 장기는 어디까지나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라는 데에 있고, 간결미가 뛰어난 단문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읽기에 편하고 빠르게 전달되는 미덕을 지니면서 내용의 진정성은 감동으로 연결됩니다”(나태주 시인)
“‘자카란다 꽃잎이 날리는 날’에 담긴 57편은 주렴과 같다. 그 ‘낯선 곳에서의 낯선 삶’을 진지한 어조로 꿰어낸 한편 한편은 현실로부터 정서적 해방을 지향하는 작가적 삶과 문학과 종교를 융합하려는 담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세상을 향하여 콜하는 이정아의 수필 담론은 재미 문단에서 달리 찾을 수 없는 자리를 부여받을 것이다”(박양근 문학평론가)
이정아씨는 저서로 수필집 ‘낯선 숲을 지나며’와 ‘선물’, 동인집 ‘참 좋다’가 있고, 해외한국수필문학상(2004)과 조경희수필문학상(2012) 등을 수상했다.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