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폭풍이 몰아쳐도 버틸 자신 있는가?

2012-11-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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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윤실 호루라기

▶ 손경호 목사 <보스턴 성령교회>

지난주 미 동부 12개 주를 강타한‘ 샌디’라는 태풍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와 많은 생명을 앗아간 자연의 힘 앞에선 인간은 참으로 작은 존재에 불과했다. 동북부 지역의 태풍피해의 주범은 쓰러진 나무들이었다. 특별히 나무가 우거진 곳에 피해가 더욱 심했다.

천둥, 번개, 강풍, 폭우에 견딜 만한 재간을 상실한 나무들은 다 쓰러졌다. 쓰러진 나무들을 살펴보니 하나 같은 공통점이 보였다. 아무리 큰 나무라도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했거나 속이 썩고 비어 있었던 나무들이 넘어졌다. 크기만 컸지 뿌리를 든든하게 내리지 못한 나무들, 굵기만 굵었지 속이 썩고 텅텅 빈 나무들의 본색을 드러내 준 폭풍의 힘이다.

나무도 사람들과 오래 같이 살다보니 사람의 모습을 닮아갔는가 보다. 속임수와 허영에 가득한 속이지만 겉만 잘 보이면 아무 일없겠다는 속셈 때문인지, 뿌리가 깊지 않아도 높이만 올라가면 모두가 고개 숙인다는 공간 지배원리의 세상 삶을 잘 배운 것 같았다.


어릴 때 어른들이 늘 하는 이야기들이다.‘ 나무와 자연은 인간보다 한 계절 앞에 일어날 천기를 말해준다.’

그렇다. 예수님은 교만한 종교인들에게 “아침에 하늘이 붉고 흐리면 오늘은 날이 궂겠다. 하나니 너희가 천기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표적은 분별할 수 없느냐?”며 책망하셨다. 예수님의 질책을 들은 사람들은 분명 하나님을 잘 믿는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다. 사람 앞에서 종교적인 의식과 규율을 잘 지킨다고 선전하고 다니는 그룹들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간 나무처럼, 몸집만 불린 어리석은 고목처럼.

태풍의 계절이 훌쩍 지난 후에 때 아닌 샌디를 보내셔서 거짓과 속빈 허영을 자랑하는 나무들을 무너뜨린 하나님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우리가 의지하고 믿었던 교회들 가운데 일부는 폭풍 앞에 버티고 위용을 자랑하는 속빈 나무들과 같다. 본래의 모습을 잃고 있는 이들 교회들에게 위기가 왔음을 알리고, 거듭날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세상 기류와 날씨를 잘 구분하는 것은 믿는 자들에게 주신 지혜다. 교회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잘 듣고 우리의 영적 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신자의 지혜다.

건강한 교회는 사이즈에 비례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작고 힘없는 빌라델피아 교회를 칭찬하셨다. 교회가 작아도, 돈이 없어도 말씀을 지키며 예수님의 이름의 고귀함을 끝까지 지킨 교회들을 칭찬하신 것이다.

오늘의 교회의 모습을 보면 하나님이 필요해서 채워주는 교회가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해서 부흥시키려는 교회로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내실 있고 말씀을 지키는 교회 본연의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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