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한국시, 만나고 싶은 가족…”

2012-11-1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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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아 출신 리 헤릭 두 번째 시집‘죽은 자의 정원-’

“텔레비전 카메라를 쳐다보고 반쯤 떨면서 너는 말한다/ 난 1970년 12월 대전에서 태어났어요/ 내 이름은 이광수. 내 한국 나이는 마흔하나"(리 헤릭 ‘별’(Stars) 중)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시티 칼리지 교수인 시인 리 헤릭(42 · 사진)의 작품 속에는 ‘한국’(Korea)이나 ‘친어머니’(birth mother)와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몇 편만 읽어도 그가 한국 입양아 출신이라는 것, 그리고 만나지 못한 친부모를 절절히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두 번째 시집 ‘죽은 자의 정원 가꾸기 비법’(Gardening Secrets of the Dead)을 출간한 헤릭 교수는 “시집에 실린 작품의 상당수가 한국, 입양, 한국 시를 향한 사랑, 그리고 꼭 만나고 싶은 한국 가족에 대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새 시집의 표지에는 슬픈 표정을 짓는 한복 차림 여성의 그림이 담겼다. 역시 입양아 출신 재미화가 최주영의 작품 ‘용서의 무게’다.


그는 1971년 10월 샌프란시스코의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출생에 대해 그가 알고 있는 것은 한국이름 이광수, 1970년 12월16일 대전에서 태어났고 이듬해 5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됐다는 것이 전부다. 친부모를 찾으려고 2008년 서울과 대전을 방문해 여기저기 수소문했고 방송 기회도 얻어 가족을 찾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딸을 얻어 새로운 가족을 꾸린 지금도 친가족 찾기는 그의 가장 큰 바람이자 숙제다.

뿌리에 대한 궁금증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은 2007년 낸 첫 시집 ‘소망으로부터의 이 먼 거리’(This Many Miles from Desire)에서부터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당신이 한 밤, 이광수라는 한국 이름을 기억하는/ 그 시간에 부를 수 있는 하나의 노래, 광수는/ 밝게 빛나라는 뜻, 뭔가를 비출 수 있는 존재가 되라는 뜻이지."(‘구원’(salvation) 중).

해외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버클리에 머물 때 헤릭 교수를 만난 김기택 시인은 “리 헤릭은 현지에서도 주목받는 재능 있는 젊은 시인"이라며 “입양아라는 정체성의 문제가 작품의 주요 테마"라고 소개했다.

“제가 한국인이고 입양아라는 사실은 제게 정말 중요합니다. 부모님이 항상 한국은 훌륭한 나라라고 말해주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고 어른이 된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 입양아들도 자주 만나 얘기를 나눕니다. 이번 시집에는 내게 형제 같고, 자매 같은 전 세계 한국 입양아들에 대한 찬사를 담은 작품들도 있죠"

“앞으로도 친가족 찾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헤릭 교수는 “가족을 만나게 되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큰 행복감에 빠져 그들을 오랫동안 안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그는 몇 번이고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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