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자 없던 만다라어로 신약성경 번역 ‘대역사’

2012-11-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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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푸아뉴기니 외딴 섬 ‘심베리’ 홍성호·현숙 선교사 부부

문자 없던 만다라어로 신약성경 번역 ‘대역사’

파푸아뉴기니에서 성경번역 선교를 하고 있는 홍 선교사 부부는“한인 은퇴자들이 선교에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다”며“와서 밥만 해 주어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우수 기자>

“지난해 5월 만다라어(사용인구 약 5,000명) 신약성경 번역을 완료하고 성경책을 출판해 봉헌식을 가졌습니다. 문자가 없는 그들의 말을 연구해 언어법칙을 발견하고 문자를 만들어 성경을 만다라어로 옮기는 데 꼬박 4반세기가 걸린 셈이지요. 지금은 그 성경을 사용할 수 있도록 리저널센터를 지어 원주민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리더들에게 성경공부 방법도 훈련시키지요.”

평신도 선교사로 파송 26년 활동
복음 전파위해 부부가 언어 연구
문자 만들어 원주민에 성경 가르쳐
“위클리프 사역에 한인도 참여를”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문명과 담 쌓은 파푸아뉴기니 동단의 고도 ‘심베리’(Simberi)에서 성경번역 선교를 하고 있는 홍성호·현숙 선교사(위클리프선교회 소속)가 안식년을 맞아 지난 8월 말 미국에 왔다.


1986년 동양선교교회 평신도 선교사로 파송 받은 이들 부부는 훈련기간까지 합해 26년의 세월을 1년 내내 비 내리는 찜질방 같은 날씨가 계속되는 땅에서 고유의 문자가 없는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영혼 구원의 열매를 위해 밀알처럼 묵묵히 썩고 있다. 임동선 목사가 “홍 선교사는 동양선교교회에서 배출된, 가장 자랑스러운 인물 중 하나”라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로 이들의 귀한 사역은 주변인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수수한 옷차림으로 최근 본보 인터뷰에 나선 홍 선교사 부부는 “초기에는 마을 사역을 나가면 몇 달씩 걸렸기 때문에 자녀교육이 참 힘들었다. 네 자녀가 말라리아에 걸린 적도 수십 차례였다”고 회상한 뒤 “이제는 아이들이 현지 선교사 학교의 초·중·고 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 직장 및 대학생활을 하고 있어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가 성경번역에 이어 펼치고 있는 사역은 심베리섬을 포함한 4개 섬으로 이루어진 ‘따바군도’의 30여개 마을마다 문맹퇴치 학교를 세워 만다라어 철자를 가르치기 위한 준비작업. 씨족사회인 심베리는 천주교인, 감리교인, 안식교인 등이 있지만 많은 신자들이 토테미즘과 결합된 신앙을 가지고 있고 거듭난 크리스천은 전체의 1%도 안 될 정도로 선교환경이 열악해 처음 갖게 된 만다라어 신약성경이 진정한 복음화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은 주변 지역에서 현재 진행 중인 성경번역 전체를 감독하는 막중한 책임도 맡고 있다.

홍 선교사 부부는 “2,500부의 신약성경을 찍었는데 보급이 잘 되고 있다”며 “만다라어 성경은 출판비용의 대부분을 현지인들이 부담한 성경번역 역사상 보기 드문 사례”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위클리프의 첫 한인 선교사인 이들은 “현존하는 세계 6,800여개 언어 중 약 2,500개 언어가 성경이 없다. 하나의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데 싱글 2명 또는 부부 한 쌍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백 년이 걸릴 수 있다. 이 분야 선교사 동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홍 선교사 부부는 “위클리프선교회의 사역분야는 기술지원, 컴퓨터, 건축, 간호사, 교사, 행정 등 120여개 직종을 망라한다”며 “영어가 어느 정도 되는 한인 조기 은퇴자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또 “이미 타문화권에서 사는 훈련이 되어 있고 전문기술을 갖춘 한인들은 선교지에서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렇지 않은 사람 또한 와서 밥만 해 주어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후원교회들을 찾아 간증을 하고 지난 3일에는 차녀를 시집보내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 부부는 5년마다 주어지는 6개월여의 안식년을 마치고 내년 2월에 여생을 불사를 외딴 섬으로 돌아간다. 귀로는 비행기를 3차례 환승한 뒤 다시 트럭과 보트에 몸을 실어야 하는, 약 48시간이 걸리는 ‘좁은 길’이다.

후원문의 steven-holly_hong@sil.org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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