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레몬보다 비타민 C 많은‘건강 과일’

2012-10-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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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맛 - 감

▶ 자연 발효시켜 감식초 만들면 조미료로 최고

탐스러운 모양을 하고 얌전히 진열된 단감과 홍시는 가을 인사를 건네는 대표과일이다.

색깔, 모양, 가지에 달린 모습까지 멋들어진 감은 옛 선조들에게도 특별한 사랑을 받은 과실이기도 하다. 우리 선조들은 감나무를 깊은 지혜로서‘오색’, 실용적 가치로서‘오절’, 인간의 도리로서‘오상’을 갖춘 나무로 칭송했으며, 검은 나무에 푸른 잎, 노란 꽃에 붉은 열매, 흰 가루가 나는 곶감까지 오색을 겸비한 좋은 나무로 여겼다.

노란 단감‘푸유’·붉은 홍시‘하치야’
속이 짙은 갈색‘초컬릿’으로 불러


눈 건강·숙취해소·피부에 좋아
샐러드·치즈 플레이트 등에 사용

나무가 단단하며 수명이 길고, 새가 깃들이지 않고 벌레가 꾀지 않으며, 열매가 단 것을 귀히 여겼고, 과실의 속과 겉이 똑같이 붉어서 표리부동의 ‘충’이 있으며, 이가 빠진 노인도 쉽게 먹을 수 있어서 ‘효’가 있다고 하여 감나무를 사랑했다.

잘 익은 감은 ‘금의옥액’이라 하며 황금빛 나는 껍질의 색깔은 금빛 나는 옷보다 더 아름답고, 맛은 맑은 옥액에 단맛을 더한 것 같다는 뜻을 두기도 했는데, 가을철 건강을 지켜주는 필수 과일로서 그 가치를 알아본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영양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가진 감은 수분이 83%로 다른 과일에 비해 적은 편이면서 당분은 14% 이상으로 높다. 당분의 대부분이 포도당과 과당이어서 소화 흡수율이 매우 좋기도 하다. 비타민 A의 효과를 내는 카로틴도 많아 항산화 성분이 눈의 건강 유지와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피부를 탄력 있고 튼튼하게 지켜준다. 귤, 살구와 더불어 비타민 A가 가장 많은 과일에 속한다.

또한 감의 떫은맛을 내는 탄닌은 수렴작용을 통해 설사를 멎게 하고, 배탈을 낫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의 지혈작용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순환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좋다고 한다. 고혈압을 가진 사람에게 훌륭한 간식거리가 되지만, 탄닌 성분이 철분 흡수를 방해해 빈혈이나 저혈압이 있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감에는 또 녹차의 주요 성분이기도 한 카테킨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카테킨은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물질로서 항산화, 돌연변이 유발 억제, 항암작용을 활발하게 한다. 감에 녹차만큼의 카테킨이 들어 있지는 않지만 카테킨은 과당과 비타민 C와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3배가 올라가는데 감은 이 모든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흡수에 용이하다.

감은 요즘 한인마켓들뿐 아니라 파머스 마켓에서도 3주 전부터 가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출시되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내기 때문에 샐러드, 치즈 플레이트, 베이킹 등에 두루 사용할 수 있다. 노란 단감은 ‘푸유’(Fuyu), 붉은 홍시는 ‘하치야’(Hachiya)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불리며, 속이 짙은 갈색을 띠는 것은 ‘초컬릿’으로 불린다.


미국산 감에는 특별히 비타민 C가 풍부하다. 감 한 개당 보통 66mg 정도로 레몬보다 높다. 하지만 지역에 따른 차이가 많아 한국산 감은 단감이 13mg, 연시가 20mg, 곶감은 4mg 정도로 미국산 감보다 비타민 C 함량이 낮다. 곶감은 고칼로리 음식으로, 100g당 237kcal에 육박하므로, 무심코 집어먹기를 피해야 한다.

<전통 감식초 만들기>

선조들은 홍시를 항아리에 넣어 자연 발효시킨 감식초를 기초 조미료로 사용해 왔다. 감식초는 요리에 두루 사용하고, 원액 그대로 먹거나, 우유, 냉수, 꿀물 등에 적당히 타서 마시면 피부노화 방지, 피로회복, 숙취제거에 좋은 건강음료가 되기도 한다.

입맛을 좋게 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노폐물을 빨리 배출시키기 때문에 피로회복에 좋으며, 감기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질 좋은 단감을 구입해 상처 없이 깨끗한 홍시로 익혀서 직접 감식초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알아보자.

제조과정

1. 완숙 감을 사용한다-상처가 없고, 주황색으로 잘 익은 감을 사용해야 당도도 높고 색깔이 고운 감식초가 된다.
2. 세척-감표면의 이물질을 깨끗이 씻어낸다.
3. 물기 제거-페이퍼타월로 잘 닦아서 그늘에서 하루 정도 말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4. 홍시 만들기-감을 비닐봉지에 넣고 밀봉한 뒤 따뜻한 방안에서 10일 가량 두어 말랑한 홍시를 만든다. 이때 감의 꼭지에 소주를 묻히거나 사과를 함께 넣어두면 이산화탄소와 에틸렌 개스가 배출돼 시간을 줄여준다.
5. 꼭지 제거-완전히 말랑해진 홍시에서 꼭지를 제거한다.
6. 으깨어 체로 거르기-홍시를 으깨어 체로 거르면서 씨와 껍질을 제거하고 걸쭉한 즙을 낸다.
7. 알콜 발효-6의 즙을 소독된 유리병이나 항아리에 담은 뒤 비닐을 덮고 1~2일가량 두면 알콜 발효가 진행된다. 이때 실내온도를 화씨 68도 정도로 맞춰주면 10일 정도에 알콜 발효가 완료된다. 즙 속의 비발효성 찌꺼기는 상부로 떠오르고 발효액은 아래에 고이게 된다.
8. 여과-알콜 발효가 끝난 7을 면포에 담아 짜서 즙을 짜낸다. 이 즙이 초산 발효를 위한 ‘감 알콜 발효액’이 된다.
9. 초산 발효-초산균은 호기성 세균이므로 초산 발효 중에는 다량의 공기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공기를 주입해 주어야 하며, 발효 온도는 화씨 86도 정도로 따뜻한 곳이 가장 이상적이나, 일반적으로 화씨 77도 이상이면 감식초를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발효 완성점은 맛을 보아 달콤한 맛이 나면 완성된 것인데 보통 1달 정도면 된다.
10. 숙성-초산 발효가 완성된 감식초를 화씨 176도 정도에서 10분간 살균키시고 세 달 이상 숙성하면 이물질이 바닥으로 가라앉고 숙성액은 투명하면서 연한 갈색을 띠는 새콤한 감식초가 된다.
11. 완성된 감식초를 유리병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서 조미료로 사용하면 된다.

감을 먹으면 정말로 변비에 걸릴까?

■ 감, 이것이 궁금하다

*떫은맛 내는 탄닌의 작용은
설사가 심할 때 감을 먹으면 설사를 멎게 하는 반면 변비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고, 특히 변비는 떫은 감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특성으로도 알려져 있다. 감의 떫은맛은 탄닌, 그 중에도 수용성 탄닌 성분 때문이다. 탄닌이란 폴리페놀류로 이루어진 복잡한 구조의 고분자 물질로서 떫은맛을 내는 성분이다. 감을 먹으면 수용성 탄닌이 혀 점막의 단백질을 응고시켜 떫은맛을 내게 되는데, 덜 익은 감에 이러한 수용성 탄닌이 많아 떫은맛이 강하다. 감 속의 탄닌은 장 점막 표면의 조직을 수축시켜 변비를 유발하며 동시에 설사를 멎게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감에 떫은맛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탄닌 성분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탄닌은 많은 종류가 있는데, 덜 익은 감의 수용성 탄닌은 감이 점차 익어가면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과 반응하여 불용성 탄닌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잘 익은 감을 먹었을 때 불용성 탄닌이 침 속에서 녹지 않기 때문에 떫은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맛의 차이 뿐일 단감에도 탄닌 성분 어느 정도 남아 있다.

하지만 탄닌의 작용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식이섬유 역시 풍부하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경우가 아니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탄닌은 체내 혈관을 튼튼하게 하여 고혈압과 심장병 등의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것도 알아두자.

*감이 숙취해소에 좋은가?
동의보감에는 감이 술독을 풀어준다는 기록이 있다. 흔히 술독으로 불리는 숙취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 때문인데, 음주로 인한 안면홍조를 일으키기도 하고, 소화가 되지 않고 체내에 남아 몸을 괴롭힌다. 감에는 이를 분해하는 탄닌, 과당, 비타민 C, 콜린 등이 풍부하다.

*감잎차에는 비타민 C가 정말 풍부할까?
감잎차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5월에 나는 어린 잎에는 100g당 500mP으로 엄청난 양의 비타민 C가 함유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제조과정에서 손실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어린잎을 채취해서 바로 그늘에서 말려서 가늘게 채 썰어 수증기로 쪄내어 제대로 만든 제품에는 그나마 안정적으로 비타민 C가 보존되어 있다. 하지만 잎 채취 후 오랫동안 보관했다가 말리거나, 나무에 농약을 사용했기 때문에 잎 채취 후 물에서 씻은 것, 잎을 썰어서 물속에서 데쳐내는 방법 등으로 제조된 감잎차에는 비타민 C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보면 된다.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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