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10-25 (목) 12:00:00
산을 넘었습니다
들로 오시지요, 할머니
까마귀 떼 속으로요
할머니께서 처녀적 꿈 얘기를 하신 그 가을날 한 마리씩 산 넘어간 까마귀들 여기 다 모여 있네요, 발갛게 달아오른 지평선, 실개울 타다 남은 하얀 실연기 자국, 그 아래 잠겨가는 마을에서 해를 품고 살고 싶다 하셨지요? 들 가운데 까마귀 떼 내리는 곳이 그 마을 아니겠냐 하셨지요?
까마귀 떼는 마을과 거리를 두고
들도 넘어가네요
까마귀 날개 밑에
할머니의 지평선 마을이 깃들어 있었네요
들로 오시지요, 할머니,
다시 날아오르는 까마귀 떼 속으로요
-신대철(1945 - ) ‘지평선 마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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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었다가 낳곤 하는 너른 들판, 까마귀 떼가 날아올랐다 내려앉는 마을, 해를 품고 싶었던 할머니의 처녀 적 꿈,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시던 할머니가 보인다. 해 속에 세 발 달린 까마귀(三足烏)가 산다는 우리나라 설화가 생각나기도 한다. 설화에는 그것을 만들고 전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여러 상징을 통해 담겨있게 마련이다. 할머니. 평화롭고 풍성하고 푸르른, 그 설화 속 마을로 돌아오세요. 다시 날아오르는 까마귀 떼 속으로요.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