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향수와 악취

2012-10-2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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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대학시절 추억 중에는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기억들이 있다. 등하교길 수시로 신분증을 요구하며 가방 뒤짐을 당할 때의 그 기분. 교정에 들어서면 학생들보다 먼저 와서 삼삼오오 모여앉아 우리를 노려보던 그 아저씨들의 눈길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군대로 끌려간 친구들. 독재 타도를 외치며 자기 몸에 불을 붙이고 학교건물에서 몸을 던짐으로 생을 마감한 후배들. 나보다 못나서가 아니라 형편이 어려워 대학에 못 가고,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노동현장에서 일하다가 조금 더 나은 환경을 요구한 죄로 해고되고 빨갱이로 몰려 가족까지도 큰 고통을 당한 우리의 형제자매들.

그런 분들이 있어 한국은 민주화와 경제부흥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공부한답시고 그런 상황에서 아무 것도 안 함으로써 지금까지 살고 있는 나는 그분들께 빚진 마음으로 산다.


50-60대 중의 많은 분들이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있다는데 나는 군사독재자에 대한 악취만을 느낄 뿐이다. “그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말라”는데 나는 그가 일제에 맞서 무장투쟁을 하신 독립군들, 참 군인의 길을 걸어가신 그분들을 욕되게 했다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의 딸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그의 딸이기에 반대한다면 연좌제를 적용하기에 찬성할 수 없지만 문제는 한 정치 지도자로서의 역사인식이다. 표를 의식하여 사과의 모양은 보였지만 일본도 그렇게 했다. 과거는 이제 잊고 양국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자고 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안다 그것이 거짓임을.

진정한 화해와 통합은 말에서 나오지 않는다


<최창수 개인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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