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10-18 (목) 12:00:00
가죽나무 타고 넘어 들어갔던 서대문 형무소
왜식 목조건물 사형장은 나의 놀이터였지
도르래에서 밧줄을 끌어내려 목에 걸었지
축하해, 젊음의 교수형을 집행하는 화환(花環)
목의 때와 살갗과 육즙으로 엮은 비린 동아줄
미친 시대가 하필 우리의 전성기였으므로
돌아버리지 않아서 돌아버릴 것 같았던
속으로 화상 입은 청춘이었으므로
유언이래야 “할 말 없다”는 것이었지, 개로
태어나더라도 늙은 개로 태어나고 싶었지
짖지 않는 개로 태어나고 싶었지, 덜컹
발판을 열면 다리가 뜨고 혀가 나오겠지
죽을죄는 없고 죽일 벌만 있을 뿐, 발아래
컴컴한 식욕을 날름거리는 콘크리트 지하실
나는 뛰어들었지, 귀 막고 입 다물며
나는 뛰어들었지, 다시는 젊지 말자고
김중식(1967 - ) ‘자유종 아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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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암울한 긴장으로 가득한 시는 처음 본다. 서대문 형무소 왜식 사형대가 그의 놀이터였고, 돌아버리지 않아서 돌아버릴 것 같은 화상 입은 청춘. 유언조차도 남기고 싶지 않고, 새로 태어나도 짖지 않는 늙은 개로 태어나길 바라며 자신의 젊음에 스스로 교수형을 집행하는 사람의 영혼은 도대체 얼마나 견딜 수 없는 것이었을까. 자유종 아래, 시대와 개인의 아픔을 애써 묻어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시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