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10-1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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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 살아도 따습지 않고
부비며 지내도 허허한 마음
하늘 휘저으며 몸부림쳐도
잊혀지지 않는 강산아
훌훌 갈꽃으로 날아가도
바람벽에 부딪히는 망향

서러운 바람결에 퉁소소리 들린다
날 부르는 소리
이제는 강마을 갯벌에서
야윈 갈대와 서걱이다가간밤에는 진달래 만발한 언덕에서 뒹굴었지

태평양 기슭
청석돌산 벼랑에 발돋움하고
망부석인 양 긴 목 드리우고
보랏빛 기별 기다린다


모여 살아도 그리움은 나날이 짙어가고
기대고 마주해도 돌아앉는 타인의 등
훌훌 갈꽃으로 날아가도

바람벽에 부딪히는 망향.

-이성호(1941 - ) ‘캘리포니아 갈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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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윤동주를 비롯한 민족시인들의 시와 정신을 기리는 <민족시인 문학의 밤>이 열렸다. 이성호 시인이 경영하는 RV 리조트 행사장 마당에 군데군데 모여 있는 키 큰 갈대가 장관이었다. 시에서는 ‘갈대들이 모여 있으나 따습지 않고, 부비며 지내도 허허’로운 이유를 아무리 갈꽃으로 날아도 바람벽에 부딪혀 가지 못하는 먼 고향 땅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갈대들이 모국어로 벌써 아홉 번째나 시낭송의 밤을 가졌고, 이번에는 독도 백일장도 열었나 보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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