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달콤하고 고소… 신이 내린 ‘중동의 과일’

2012-10-10 (수)
크게 작게

▶ 데이트 (date)

▶ 치즈·견과류 채운‘베이컨 말이’환상적

중동지역인 서남아시아가 원산지이며 무덥고 건조한 아프리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대추야자. 중동에서는 가로수처럼 흔하고 풍성한 열매를 맺어 주식에 가까울 정도로 흔히 먹는 식재료이며, 성경에 등장하는 종려나무가 바로 이 대추야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장에 새겨져 있는 야자나무도 대추야자일 정도로 가장 흔하면서도 귀하게 여기는 작물이다. 휘몰아치는 사막의 모래바람과 뜨거운 태양을 이겨낼 수 있도록 에너지와 영양분을 공급해 고대로부터 중동인들에게는 생명나무와도 같은,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로 여겨지고 있다. 중간 크기의 나무 높이가 10~15m에 이르고, 잎 길이는 3~5m에 달한다. 중동 전 지역에서 널리 재배하고 있으며 이집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파키스탄의 순으로 많이 생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팜데저트 지역도 대표적인 생산지로 알은 작으면서 당도가 진한 품목들을 생산해 내고 있고, 애리조나도 대추야자의 대표 생산지역이다.

성경 속 종려나무의‘야자대추’
꿀보다 높은 당도… 무기질 풍부
눈의 피로 풀고 혈액순환에 도움


대추야자에는 마치 커다란 포도송이처럼 누런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데이트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한 줄기에서 뻗어 나와 큰 송이를 만드는데 한 송이에 20kg 정도의 무게로 한 나무에 10개 정도의 송이가 열리니 한 그루에서 200kg의 데이트가 생산된다.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열매가 정신없이 달려 있는데, 무게 때문에 아래로 늘어진 줄기가 찢어질 정도로 많은 열매가 생기기도 한다. 이집트에서도 나일강 주변을 따라 수많은 대추야자 나무가 있는데, 나무 몇 그루만 소유해도 굶지 않을 정도의 생활이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하늘의 선물 같아 놀랍다.

덜 익었을 때는 아삭하고 떫은맛을 내고, 익으면 말랑하고 달콤하다. 건조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데, 달디 단 곶감 같은 느낌으로 말랑말랑 촉촉하고, 캐러멜처럼 쫀득한 듯하다가 스르르 녹아버린다.

데이트의 달콤함은 설탕의 그것과는 달라서 섬세하고 고소한 향을 가졌고, 꿀 만큼의 당도를 가지고 있다. 달콤함의 감미로움이 너무나 진하고 깊어서 한두 알만 먹어도 초컬릿을 먹었을 때처럼 만족감이 크다. 데이트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과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도가 높다보니 열량 제공도 충분해서 사막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에너지원과 식량이 되었고, 지금도 라마단 기간의 금식 후 첫 끼니를 먹을 때 꼭 데이트와 우유 같은 음식으로 속을 달래준다고 한다.

100g(큰 사이즈의 데이트 10개)에 170칼로리 정도를 내고, 주요 영양소로 탄수화물 37.6g, 단백질 9g, 인 30g, 철분 1.3g, 섬유질 1.3g, 칼슘 72mg, 비타민 A, B12, B2, C는 총 25mg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 무기질, 탄수화물이 풍부해 단순 기호식품을 넘어 건강을 지켜주는 주요 자원이며, 노약자나 어린이에게도 꼭 필요한 음식으로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다. 자연건조된 것은 아무런 가공을 거치지 않고도 천연과당 함유가 높아 방부제와 냉장고 없이 3년 동안 보관이 가능하니 휴대도 편리하다.

한국의 대추와는 관목적으로 완전히 다른 종류이지만, 그 열매의 모양이 비슷해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맛이 비슷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당도 함량과 질감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요리에 사용하는데도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각각 개발되었다.


마켓에서는 건조 데이트를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완자로 빚어 코코넛을 묻힌 것, 속에 아몬드나 캐슈넛을 넣은 등의 제품이 있다. 가공품으로는 데이트 시럽, 데이트 슈거, 데이트 페이스트 정도가 있다. 모두 최소한의 가공으로 특유의 데이트 향이 남아 있다.

건조 데이트는 요리에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는데, 각종 애피타이저, 소스, 토핑, 스터핑, 베이킹에 쓰이고, 치즈와 견과류로 속을 채워 베이컨을 말아 구우면 맛이 기가 막히다.

비건(vegan)과 생식(raw food diet) 요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영양이 풍부하고, 천연 당도가 높아 갖가지 달콤한 디저트와 영양 바를 만드는데 필수 재료다.

데이트 베이컨 말이는 데이트 요리의 클래식으로 파티 핑거푸드나 와인 안주로 좋다. 오븐을 켜는 게 번거로운 사람이라면 고트치즈로 속을 채운 데이트 레서피도 비슷한 맛을 내면서 간편하다. 두 가지 모두 재료가 간단하면서도 훌륭한 맛을 내기 때문에 꼭 도전해 볼 만한 요리다.

* 데이트 베이컨 말이

▶재료 사각 크림치즈 1/4인치 두께로 자른 것 18조각, 씨를 뺀 데이트(Medjool 종류면 된다) 18개, 구운 아몬드 18개, 베이컨 6줄 반으로 자른 것, 나무 꼬지 18개

▶만들기
1. 오븐을 400도로 예열한다.
2. 대추에 치즈 1조각, 아몬드 1개를 끼워 넣고, 베이컨으로 말아서 나무꼬지를 꽂아 베이컨을 고정한다.
3. 베이킹 팬에 차례로 놓고 예열된 오븐에 넣어 5분 동안 익힌다.
4. 한번 뒤집어 주고 베이컨의 기름이 빠지고 바삭하게 구워질 때까지 약 5~6분 정도 더 굽는다.
5. 오븐에서 꺼내서 페이퍼 타월에 얹어 기름기를 제거하고 따뜻하게 낸다.

* 고트치즈로 속을 채운 데이트

▶재료 씨를 뺀 데이트 30개, 소프트 고트 치즈 2온즈, 헤비크림 1큰 술, 베이컨 2줄

▶만들기
1. 팬에 기름을 두르고 베이컨을 바삭하게 굽는다. 페이퍼 타월에 놓고 기름기를 제거하고 작게 다져둔다.
2. 고트치즈와 헤비크림을 섞어 부드럽게 만들어 둔다.
3. 데이트를 반 잘라 U자 모양으로 벌리고 2의 고트치즈를 떠 넣는다.
4. 3의 위에 베이컨을 뿌려 낸다.

■ 데이츠의 효능

중동인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데이트가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지는 요소들을 알아보자.

미국의 안과 전문의들에 의해 눈의 건강을 지켜주는 추천식품으로 항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비타민 B12를 공급해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 비타민과 무기질의 함유는 심장과 호흡기의 건강을 지켜준다. 강장제 역할도 하는데, 쇠약해진 내장기능을 회복하며, 기운과 식욕을 돋게 하고, 간 기능이 활성화해서 담즙 분비를 늘리는 역할도 한다.

성질이 따뜻한 음식으로 여성의 건강에 특히 좋은데 냉증을 치료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피부도 윤택하게 한다고 한다. 엽산이 풍부해 피를 새로 생성하고 정화해 빈혈에도 효과가 좋다.

■ 성경 속 대추야자, 종려나무

종려나무는 성경에 많이 나오는 중요한 식물 중의 하나로, 요한복음 12:13절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 때 무리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호산나 호산나” 찬미를 불렀던 것으로 승리와 환희의 표상으로 삼게 되었다. 부활절 전의 주일을 종려주일(palm sunday)로 지키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덜 익었을 때 열매는 녹색이고, 늦여름을 지나 잘 익으면서 황금색에서 적색으로 변한다. 열매의 살은 달고 연해서 마치 꿀과 같다고 하여 성경에서는 꿀로 표현되었다. 성서학자들은 신명기 8:8이나 역대하 31:5에 나오는 그 ‘꿀’이 대추야자를 지칭한 것이라고 한다.

‘의인은 종려나무같이 번성하며…’(시편 92:12)와 같이 한국에서처럼 자손 번창의 의미도 가지고 있으며, 정직과 정의, 공정한 삶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여겨진다.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