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선거와 재외국민 정책
2012-10-03 (수) 12:00:00
미국, 그 중에서도 LA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지만 이들이 LA에 와서 하는 얘기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한인들은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느니 ‘함흥차사’라느니 하는 말로 그런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난하고 했지만, 국회의원들이 LA에 올 때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치인들의 ‘사탕발림’에 혹하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LA를 방문하는 국회의원들과 이들을 대하는 한인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대접받고 폼 잡는 국회의원의 모습은 사라졌고 한인들은 당당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의 재외국민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김성곤 의원은 지난 8월 초 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LA를 방문, 한인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에 귀를 세우더니, 귀국 후 재외국민들의 유권자 등록을 이메일로도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본회의까지 통과시켰고 한인들을 대상으로 발간되는 신문과 방송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새누리당의 재외국민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원유철 의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8월 말 LA를 다녀간 의원은 황우여 대표최고위원의 동영상 인사말을 녹화해서 갖고 왔을 뿐 아니라 귀국 하자마자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65세에서 55세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다. 원 의원은 이와 함께 유학생들도 한국 내 대학생들처럼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한 상태다. 이 모두가 LA에서 한인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한 결과물들이다.
새누리당의 원내부대표인 손인춘 의원은 지난 1일 LA에 와 가진 한인 간담회에서 내내 새누리당에 건의할 재외국민 관련 정책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거듭 부탁하며 박근혜 후보에게 꼭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과거 LA를 방문하면 시국강연회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한국 정치 상황을 설명하던 모습에서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손 의원이 LA를 방문한 것도 4일부터 시작하는 ‘제39회 LA 한인축제’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축사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재외국민이 대선에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볼 수 없을 장면이다. 국회의원들이 한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재외국민 정책이 변화되는 건 누가 뭐래도 재외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과 정권의 생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2일부터 이메일을 통한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이 가능해졌다. 어디에 있든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재외선거 등록을 할 수 있다. 이제 등록에 있어서만큼은 변명거리를 댈 수 없게 됐다. 민주주의에 있어 투표는 곧 힘이며 이런 상식을 실감할 수 있는 요즘이다. 이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에 하지” 하는 순간 마감일(20일)은 훌쩍 지나 있을지도 모른다.
<정대용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