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박(NYU 대학병원 교수/소화기내과/간 내과 전문의)
40대 초반의 최 모씨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직장인이다. 그는 요 근래에 바쁜 회사 일로 피로가 누적됐다고 한다. 회사 손님 접대로 불가피하게 한 달에 한두 번은 과음을 하기도 한다. 주위에서 얼굴혈색이 어두워졌다는 말에 병원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그는 전반적인 간 기능 검사를 원했다. 혈청검사를 해본결과 ALT 간수치가 82 U/L (정상<30), ASS는 51 U/L (정상 <30), GGTP는 40 U/L 이다. 복부 초음파 결과 지방간을 의심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여러 가지 정황을 보았을 때 필자는 비음주성 지방간염을 의심한다는 소견을 들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처방을 받았다.
건강검진에서 혈압, 혈당검사와 더불어 빠지지 않는 항목이 간 기능 검사 (Liver function test LFT)이다. 흔히 간수치가 ‘높다 혹은 낮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간 기능 검사의 대표적인 항목인 간 효소 수치인 AST 와 ALT는 간 기능의 지표가 아니다. 간수치는 간에 염증이 있을 때 피로 흘러나오는 간 효소 수치를 측정한 것이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간수치가 비정상이고 간염이 있을 때 간 기능도 안 좋을 것이라고 말을 하나 틀린 말이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장기인 간은 침묵의 장기이므로 어느 정도 간경화로 인해 간이 80-90%이상 손상되지 않은 이상 보통 간 기능 저하증 등의 증상이 없다. 즉 AST 와 ALT는 B형간염, 음주성 간염, 비음주성 간염, C형간염 등 다른 많은 이유에 의해 수치가 올라갈 수 있으나 그 수치들이 간섬유화 현상 (간 경화에 이르는 단계)이나 간의 기능을 말해주지는 못한다.
우리의 간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장기이다. 간은 복잡한 인체의 화학공장과도 같다. 글라이코진 (glycogen), 비타민 등 여러 영양분을 저장해 놓고 단백질 효소, 탄수화물 등을 분해 또는 형성하여 에너지 대사(신진대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간은 인체의 여러 장기들의 원활한 소통을 돕고 몸에 들어오거나 생성되는 여러 해로운 독성물질과 병균들을 해독 또는 퇴치한다.
간은 알부민(Albumin)과 같은 단백질과 지혈에 필요로 하는 혈액응고 인자들을 만든다. 그 밖에도 당과 호르몬 대사, 및 쓸개즙을 만들어 소화를 돕는 등 간이 하는 역할은 수백 가지가 넘는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간은 간 기능이 10-20%내외로 떨어질 때까지는 별반 증상을 못 느끼곤 한다. 이때 혈청검사에서 간 기능을 가장 근접하게 알려주는 지표들은 AST와 ALT가 아니라 알부민(Albumin), 핼액응고 기능을 나타내는 INR 황달수치인 빌리루빈(Bilirubin)등 이다. 알부민(Albumin)과 INR은 간이 생산 공장으로서 얼마나 그 역할을 잘 하는지를 알려주며 빌리루빈(Bilirubin)은 간의 해독능력을 알려준다.
간경화 초기 환자들은 피로함 외에는 다른 증상이 없다가도 혈청검사 상으로는 알부민(Albumin), INR, 빌리루빈 (Bilirubin) 등이 비정상적인 경우가 많다.
간에 대한 자세한 신체검사와 혈청검사 혹은 필요하면 간 영상 검사들을 이용하여 전문의는 보다 정확한 간 기능을 알 수 있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다.
모든 성인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혈청검사와 신체검사로 통해 간질환을 점검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 한인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간질환,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관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