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세에 첫 시집‘문득 생각이…’ 낸 김탁제씨
“연초 차분한 어조로 묻는 아내의 첫 궁금증은 이런 것이었다. ‘그래, 올해는 시집을 낼거유 말거유’
십년 가까이 미적대고 있었으니 다그칠 만도 하지. 늦깎이의 어설픈 첫 시집 출판이 남같이 식은 죽 먹을 만큼 쉬운 것도 아니고, 우선 좋은 시는 고사하고 지명도 높고 경륜이 있고 볼 일이더라 내 싹수가 노랗던지 아내 화살은 아들놈에게 갔다. ‘너는 올해도 장가 안 갈거냐’ 궁지에 몰린 두 남자 부리나케 TV를 켠다…”
자신의 시 ‘로토와 떡국’에서 이렇게 썼던 김탁제(사진·79) 시인이 드디어 첫 시집 ‘문득 생각이 나시거든’을 냈다.
“이 시집 한 권 남길 수 없었더라면 어느 날 저 세상으로 길 떠날 때 빈 영혼의 무게가 몹시도 허망하리라 생각한다. 시는 내게 프로이드의 숲 속에 난 또 다른 길과 같다. 내밀한 곳에서 들려오는 존재의 소리들을 드러내는 작업이 한 권의 시집으로 엮였다”는 고백과 함께.
올해 팔순인 김 시인은 이 한권에 자신의 80 인생을 모두 담았다. 고향 완도의 갯바람으로부터 산타모니카 해변까지, 6.25때 총살당한 부친이 과거사 진실조사위원회에 의해 명예회복된 극적인 사연으로부터 미공군 딸과 미해병 아들을 전지로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까지, 뒤꿈치가 모스러질 만큼 수많은 시련을 견뎌낸 80 평생의 사랑과 기쁨, 고통과 상처, 그리움과 소망을 다양한 형식의 시로 승화시켰다.
시조의 운율이 깃들인 시들에는 때로 익살과 해학도 엿보이고, 이미지와 수식어들이 펄펄 움직이며 읽는 이에게 도전한다.
발문을 쓴 나태주 시인의 표현처럼 ‘젊고 단단하고 싱싱한’ 시, 또 ‘충분히 감상에 흐를 수 있는 내용인데도 이성에 의해 통제되고 관리된 서정성에 충실한 시’라고도 했다.
시집은 6부로 나뉘어 114편의 시가 수록돼 있으며 20편은 2세들을 위해 영문으로 기록한 작품들이다.
김탁제 시인은 ‘문예운동’으로 시 등단하고 ‘순수문학’을 통해 수필 등단했으며 현재 여러 문학협회들에서 회원과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