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8-0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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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걸었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다 통화중 신호음을 들었다 한번 시도한 일은 멈출 줄 몰랐다 나는 한번 들어선 길은 돌아갈 줄 몰랐다 뚜, 뚜, 뚜 듣지 못한 응답이 나에게로 돌아와 꽂혔다 차창 밖으로 발개진 꽃잎들의 통화가 소란스러워졌다 세상은 모두 통화중이었다 나는 나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안의 통화중 신호음이 가득 차올랐다 귓바퀴가 수백 다발의 코일을 빨아들였다 나는 나의 고백을 듣고 있었다 도대체 나는 어디 간 거야. 나는 나의 응답을 찾지 않았다 나는 고독해졌다 나는 팽창했다 귓속에서 입이 찢어졌다 백년은 늙은 내 입 속에서 푸르른 말들이 나를 겨냥했다.

조말선(1965 - ) ‘싹튼 양파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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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화를 하더라도 받지 말고 내게 전화를 걸지도 말아 주세요. 그러면 깊은 고독에 견디다 못한 나는 나에게로 전화를 걸게 되겠지요. 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다보면 고원 시인께서 말씀하신대로 내면이 가득 차올라 물이 넘치듯 시가 흘러나오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 처박아둔 양파가 싹을 틔우듯 낡고 늙은 생각을 벗어버리고 내 입은 푸르른 말들을 틔우게 될까요.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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