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현실 사이
2012-08-09 (목) 12:00:00
초등학교 시절 추억의 대부분은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시작했던 수영과 연관된다. 옆집같이 가까웠던 수영장에 가면서 짧지만 매번 느꼈던 설렘, 한 시간의 연습이 끝나갈 때쯤의 아쉬움, 집에 다시 돌아올 때 어두움이 무서워서 다분히 빨라졌던 걸음까지.
수영을 시작한 지 삼 년 후 한국을 떠나면서 눈물을 머금고 수영도 그만두었다. 자주 연습해서 나름대로 꽤 빨리 고급반에 들어갔지만 특별한 자질이 있던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마음에 왠지 운명 같았던 수영을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만두니 그 후 내가 계속 배웠더라면 올림픽 금메달은 아니어도 은메달이나 동메달 하나 정도는 거뜬히 목에 걸었을 거라는 생각을 가끔 했다.
웃긴 점은 이 생각이 막연한 희망사항이 아닌 한 치의 의심 없는 진심이었다는 것이다. 내 마음속에서는 이렇게 가뿐히 딸 수 있는 메달을 위해 2012년 7월, 세계 곳곳의 국가대표들이 희망을 가득 품고 런던으로 모였다. 강인할 것만 같던 선수들이 자그마한 실수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불과 몇 초 사이 추락하는 것을 보며 그들의 절심함이 마치 손을 뻗치면 닿을 듯 생생히 느껴졌다.
우리가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고 좌절하는 것은 단순한 애국심이나 동경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향해서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당장을 살고 있기에, 그 꿈이 실현되었을 때, 또는 실현되지 못했을 때,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는 무한한 감동과 좌절을 겪는다.
나도 과거에만 존재하는 수영에 대한 어리석은 환상은 이만 묻고 8,800km 떨어진 이곳에서 올림픽 선수들을 격려하며 나만의 오늘을 위해 새롭게 달려 나가려 한다.
<이예지/UC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