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의 열정

2012-07-23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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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어머님께서 다니시는 노인대학 졸업식이다. 어머님은 그곳에서 미술을 배우고 계신다. 이젤 위에 연필을 잡고 계신 어머님 손등의 주름에 마음이 쓰이지만 손재주가 많으셨던 어머님은 그동안 묻어두었던 재주를 이제야 꽃피우고 계신다.

졸업식 날 영어반은 영어 연극을 준비했고, 판소리반은 애닳은 판소리와 아리랑을 불러 박수를 받았다. 한국무용반의 부채춤과 노래교실반의 율동과 함께 부르는 ‘열일곱 살이에요’가 제일 박수를 많이 받았다.

마지막 손자손녀들의 축하공연에서는 먼저 우리 아들이 노래를 부르고 앵콜로 남편이 기타를 치며 다함께 ‘에델바이스’를 불렀다. 어르신들의 주름진 얼굴 사이로 인정 넘치는 푸근함과 함께 박수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정말 열일곱 살 같은 열정이 느껴졌다.


그분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울컥 하는 것은 아마 나도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고, 예전에 대학교수 하던 분도 수퍼마켓 하던 분도 농사짓던 분도 세월 지나면 함께 걸어가야만 하고 누구나 늙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는 역사, 내일은 신비, 오늘은 선물’이란 말이 떠오른다. 자꾸 옛날이 더 좋았던 것 같고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워지지만 오늘의 소중한 시간들이 쌓여가는 것이 인생이기에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선물처럼 여기며 헛되이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르신들을 보며 아직도 자신을 찾아가는 열정으로 열심히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방황하던 10대와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20대, 남편과 아이들에게 온 정성을 쏟았던 30대, 그리고 그냥 살아지는 것 같은 40대를 보내면서 워즈워드의 ‘초원의 빛’이란 시가 생각난다.

‘돌이킬 길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우리는 서러워하지 않으며 뒤에 남아서 굳세리라’ 얼마 남지 않은 40대를 굳세게 열심히 살아야겠다.


<최혜정/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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