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목사가 미국 최대 개신교 교단인 남침례교의 수장 자리에 오른다.
남침례교(SBC)는 19일 루이지애나주 뉴얼리언스에서 열리는 교단 연차 총회에서 현 수석 부총회장인 프레드 루터(사진·55) 프랭클린 애비뉴 침례교회 담임목사를 추대 형식을 밟아 총회장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남침례교가 과거 노예제도 지지로 출발한 백인 일색의 보수적 교단이란 점에서 첫 흑인 총회장 선출은 4년 전 첫 흑인 대통령 탄생에 비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남침례교는 남부를 지역 기반으로 성장한 교단으로 현재 5만1,000개 교회에 1,597만명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으며, 미국 침례교는 물론이고 기독교 전체의 대표성도 갖고 있다.
남침례교가 흑인을 얼굴로 내세운 것은 가톨릭을 포함한 미국 기독교 교세의 전반적 퇴조 현상에 교단 내 위기감이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을 포용하지 않고서는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다.
가톨릭은 중남미 출신 이민자의 꾸준한 유입세로 그나마 신도 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남침례교는 5년 사이에 30만명의 신도가 이탈하는 등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다.
남침례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펼쳐왔다.
1995년 150차 연례 총회에서 인종차별의 과거사에 대해 사과와 화해를 선포한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루터 총회장은 당시 결의문에 참여한 목회자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새로 문을 연 교단 소속 교회의 50%가 소수인종 교회였고 남침례교 목사의 86%가 흑인이 교단 수장을 맡는 데 지지를 밝혔다고 여론조사 기관인 ‘라이프 웨이 리서치’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