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병역 논란 박주영, 포용할 때

2012-06-1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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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문제로 한국 축구계가 시끄럽다. 그가 AS모나코에서 뛰던 시절 받은 모나코 장기체류허가를 통해 병역연기를 신청한 것 때문이다. 병무청이 그의 병역의무 연기 과정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밝혔고 또 그가 장차 반드시 현역으로 병역의무를 수행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음에도 불구,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의 결정은 선수로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옹호론도 있지만 사실상 병역의무 이행을 피하려는 ‘꼼수’였다는 비난 여론이 더 거세다.

박주영은 13일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자신에 대한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명과 사죄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군대를 안 가겠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면서 “반드시 현역으로 군대에 갈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약속했다. 하지만 그의 다짐에도 불구, 비난의 목소리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사실 한국에서 병역 문제는 대통령도 떨어뜨릴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돈과 권력 있는 사람들은 병역 의무에서 자유로운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병역의무를 피해갈 수 없다는 인식이 국민 전체에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사회 유명인이 병역과 관련, 어떠한 형태로든 혜택을 받았다면 이는 곧 ‘불법 특혜’로 단죄 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박주영을 비난하는 쪽의 주장은 이렇다. 박주영은 사실상 외국 영주권을 얻은 것이고 그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뒤늦게 그것을 이용, 병역을 연기하는 ‘꼼수’를 써 국민을 기만했다는 것이다. 또 상무나 경찰청 등 선수생활을 하면서 군복무를 대체하면서 선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 ‘외국 장기 체류권’이라는 자신만의 특권을 이용해 병역 의무에서 빠져나가려 한 것은 지탄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생각은 다소 성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우선 박주영의 병역 연기는 합법이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이나 연예인들이 고의적인 부상이나 수술을 통해 징집 면제를 받거나, 아니면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주고 신체검사 결과를 조작하는 불법행위와는 전혀 케이스가 다르다.

‘꼼수’라는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박주영이 일단 병역을 장기간 연기해놓고 이 기간 동안 자진해서 군에 입대를 하지 않은 채 슬그머니 입대 제한연령을 넘겨 병역의무를 면제받는다면 그게 바로 ‘꼼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입대를 연기한 것이 꼼수가 될 수 없다. 더구나 박주영은 이미 여러차례 자신이 선수생활을 마치고 너무 늦기 전에 현역으로 병역의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가 차후에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한다면 ‘꼼수’란 말도, ‘국민 기만행위’라는 말도 모두 틀린 것이 된다.

물론 현행법적으론 문제가 없어도 국민 정서적으로, 또 도덕적으로 박주영의 선택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그 것은 넓은 마음으로 포용이 가능한 문제다. 박주영은 축구선수다. 축구선수에겐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고 그에겐 지금이 바로 그 시간이다. 지금 군대에 간다면 그의 커리어는 끝난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현행법 굴레 안에서 합법적으로 길을 찾은 뒤 추후 자신의 병역의무를 완수할 경우 굳이 이를 막아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상무나 경찰청 등에서 뛰면서 선수생활을 계속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있지만 유럽 프로축구 무대에서 뛰는 것과 상무나 경찰청에서 뛰는 것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공을 차는 것은 마찬가지일지 몰라도 탑 클래스 선수로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느냐 하는 차원에선 하늘과 땅 차이다.

물론 국가적 의무를 이행할 때 개개인 사정에 맞춰가며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작정 그의 사정을 봐준 것이 아니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합법적인 방법으로 병역의무 이행을 연기한 것이기에 이제는 국민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줄 때가 된 것 같다.


<김동우 포츠부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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