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6-1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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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
무료히 내가 가진 것
손꼽아 헤어본다
몸 눕힐 방 한 칸
밥상 위에 숟가락 하나
살 가릴 옷 한 벌
등에 가방 하나
가방에 시집 한 권
주머니에 동전 하나
처마 밑에 지팡이 하나
하늘에 내 별 하나
이따금 옆구리 결리는 옛사랑의 기억 하나
하나하나 헤어보니
꽤 여럿이네

권서각(1951 - ) ‘하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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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도 없는 사람이란 의미로 권서각(鼠角)이란 필명을 쓰고 있는 시인의 시답다. 모두들 나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고 더 잘나 보인다. 나는 쥐뿔도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 또한 하나쯤은 갖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들을 헤아려보니 꽤 여럿이 되고 나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 된다. 별 볼일 없이 묻혀져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 잘 닦아서 반짝이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시가 아닐까.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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