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과 관련된 믿거나 말거나 식의 소문 중 이런 게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오랜 백담사 귀양(?)생활을 마감하고 마침내 서울로 돌아왔다.
끝까지 충성을 다한 가신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그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대통령은 노고를 치하하고 봉투를 디밀었다. 그 동안의 수고에 대한 감사성의 촌지였던 것이다.
그 가신이란 사람들은 5공에서 요직에 앉아 단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었다. 해서 웬만한 돈 봉투에는 눈 하나 깜짝 않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봉투를 열어보고 그들은 모두 깜작 놀랐다고 한다. 짐작했던 액수보다 0이 하나 더 붙은 거금이었다고 하던가.
‘kleptocracy’란 말이 있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면 ‘도둑정치’란 뜻이 된다. 아예 국가재정을 들어먹는 식의 정치를 말하는 것이다.
하여튼 엄청난 비리를 저질렀다. 뇌물수수혐의로 받아 챙긴 돈, 그것도 세상에 알려진 것만 수천억이다. 그리고 통치자금이란 이름으로 모금돼 비자금 형태로 은닉된 돈 까지 합치면 얼마가 되는지 모른다.
그 비리의 주인공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형 kleptocracy’의 원조라면 원조인 셈이다. 그 전두환 전 대통령이 법원으로부터 2,000여억원의 추징금 선고를 받자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고 버티며 29만원을 냈다. 그게 1997년의 일이다.
그리고 15년 후 전두환 전 대통령은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억대의 비용이 드는 호화 호텔에서 손녀의 결혼식이 치러졌다. 그뿐이 아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생도들의 퍼레이드를 참관하면서 거수경례하는 모습이 알려져 입방아에 오른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타이밍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근황도 언론에 노출됐다. 병석에 있는 그가 사돈댁에 맡긴 수백억의 비자금을 찾아달라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이다.
별로 아름답지 못한, 아니 추한 모습이다. 병상에 누워서도 여전한 돈에 대한 집착이 여과 없이 드러나서다.
오랜만에 나온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 근황보도와 관련해 그런데 한 가지 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정부여당의 야권에 대한 종북 공세가 주춤해졌다. 반면 야권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5공, 6공의 비리를 새삼 들먹인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내역이 파헤쳐진다. 그리고 12·12사태, 더 거슬러 올라가 5.16 쿠데타의 반역성을 성토한다.
여기서 발견되는 것은 한국정치에 있어 하나의 역설적인 공식이다. 종북세력의 준동이 정부여당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시켜준다면 5,6공 실세들의 움직임은 야권에게는 천군만마와 같은 도움이 된다는 공식이다.
‘전두환은 종북 논쟁의 종결자가 될 것이다’ - 인터넷에 떠 있는 말이다. 과히 틀리지 않는 진단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