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격과 국격

2012-06-0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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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여행을 하다보면 반드시 입국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내가 가는 나라의 격에 따라 여권을 내미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입국하려는 나라의 격에 따라서 입국심사대 앞에 설 때의 기분과 태도가 다르다는 말이다.

우리가 후진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라의 입국 심사대에 섰을 때는 여유롭게 여권과 비자 심사를 하는 관리를 쳐다보고 있지만 선진국의 입국 심사대 앞에서는 왜 그렇게 작아지는 느낌을 받는 것일까? 나라의 격 때문이다.

격이란 표준 또는 품위를 이르는 말인데 이때 품위란 인간이 가지는 절대적 가치로서 스스로 존경을 요구하는 특질을 말한다. 이러한 특질은 언어와 행동은 물론 우리 생활 전반에서 ‘내가 대접받는 절대 수준의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결정을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격을 보고 남들이 해 준다는데 있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다면 나라에도 절대적 가치로서 스스로 존경을 요구하는 특질인 국격이 있을 테고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그 국민은 외국에 나갔을 때 그 나라의 국격에 따른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88년에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던 올림픽은 우리나라의 격을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예전 우리 조상은 나라의 격이 중국에 뒤진다고 믿어서인지 아니면 힘이 모자란다고 생각해서인지 모든 문물은 물론 정신까지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당연히 문화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서 한자를 진서(眞書)라고 해서 귀하게 여겼고 우리의 글은 언문이라고 해서 천대를 해 왔다.

일본에 강제합병을 당한 후에는 나라의 격이 아예 일본국에 귀속되어 우리말이나 글조차 쓸 수 없었던 암흑기가 있었다. 당연히 일본어를 모르면 행세를 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았던 분들이 우리 부모님 세대이다. 최근 들어서는 영어 열풍이 한국을 강타하고 있어서 조기유학이니 기러기 아빠니 하는 새로운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영어 붐이 일고 있다.

우리 할아버지 세대는 한자를, 부모님 세대에서는 일본어를 그리고 우리 세대에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사회 진출에 유리한 세상인 셈이다. 이 모두가 나라의 격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뒤떨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만일 우리나라가 강대국의 하나였다면 지금 쯤 온 세상의 나라들이 우리 한글을 배우려고 너도나도 애를 쓸 텐데 우리가 그렇지 못하니까 한자를 배워야 했고 일본어를 익혀야 했으며 이제는 영어에 매달려야 하는 판국이 되었다.

이러한 때 북버지니아에 있는 식물공원에 세워진 코리언 벨 가든(Korean Bell Garden)의 완공은 문화적 성취는 물론 경제적 가치와 의미도 크지만, 이곳에 사는 한인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가치는 더 크고 의미가 있다. 특히 이 지역에 사는 한인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의 상징이요, 우리 조국의 힘을 국내외에 과시하는 장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규성/ 가정 프로그램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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