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페이스북과 어머니 수첩

2012-05-2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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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페이스북 경영자인 마크 주커버그의 결혼식에 관한 인터넷 기사를 읽었다. 20대 중반의 젊은 청년이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어 올해 타임지가 선정하는 인물 20명중에 한 사람으로 뽑혔고, 이미 인터넷에서는 그와 그의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서로의 관계도 발전시킨다. 어느새 사이버 공간에서의 소셜 네트워킹이 우리의 삶에 크게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이메일과 메시지 확인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러한 의사소통 방법들은 상대방의 반응을 예상하며 나누는 소통이 아니다.

페이스북을 떠올리니 고령이신 시어머니의 30년 된 낡은 수첩이 생각난다. 우리 시어머니가 갖고 계신 구식 페이스북(?)에는 온갖 친척들의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생일, 돌아가신 분들의 기일, 심지어는 어머니의 용돈 출납부 내용도 적혀 있다. 우리 어머니께서 돋보기를 쓰시고 그 수첩을 들고 아래층에 내려오실 때에는 영락없이 한국에 있는 친지들이나 서울에 있는 교회 식구들에게 전화를 거시는 행사가 시작된다.


우리 어머니는 한국에 있는 친척들의 생일은 물론이고 각 집안의 대소사 일정까지 꿰뚫고 계신다. 전화하시는 내용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몇 달 만에, 심지어는 몇 년 만에 통화하는 친지들과 나누는 대화내용이 마치 엊그제 만났던 사람들처럼 무척 가깝게 들린다.

분명히 난 어머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통신을 하고 연락을 주고받지만 우리 어머니처럼 그런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내용보다는 사무적인 내용이 훨씬 더 많다. 나의 전화 한통이 그 누군가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도 우리 시어머니처럼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소셜 네트워킹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최현정 /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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