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5-2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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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가를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마종하(1943 - 2009) ‘딸을 위한 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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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모님들만 있으면 지금처럼 왕따니 학원 폭력이니 하는 말들은 사라지게 될 것 같다. 친구를 사랑하지 못한 아이가 이웃을 생각하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기 힘들 테니 이 시는 딸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첫 행의 ‘어린 딸’ 대신에 내 이름을 넣고 읽어보니 가슴이 뜨끔하다. 내 밥그릇만 챙기기에 바쁜 문인, 언론인, 정치가, 사업가, 종교 지도자 등 우리 모든 현대인들에게 남긴 마종하 시인의 편지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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