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면적 4만3,000평방km로 남한의 절반, 인구 550만으로 1/10에 불과한 소국이다. 그럼에도 이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연 6만 달러로 세계 5위다. 청정에너지 보급률 세계 1위, 빈부 격차 지수 세계 최저, 삶의 질을 재는 인적 개발 지수 세계 7위, 어느 모로 보나 선진국이다.
덴마크는 금속 기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청정에너지도 그렇고 낙농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덴마크의 MD와 스웨덴의 알라가 합쳐 만든 알라 식품은 유럽 최대의 식품 회사다. 덴마크의 금융 시장은 유럽에서 가장 자유롭다. 실업률은 4.1%로 유럽 최저 수준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 복지국가 하면 높은 세금과 후한 복지 혜택을 떠올리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아무리 복지 혜택을 주고 싶어도 세금이 걷혀야 가능하고 세금을 걷고 싶어도 돈을 버는 기업이 있어야 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산업 없이 복지라는 이름으로 돈을 퍼주면 어떤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을 그리스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처럼 천연 자원이라고는 없는 덴마크의 번영은 전적으로 인력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 인력 개발을 위해서 덴마크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덴마크의 거의 모든 교육은 무료다. 무료 정도가 아니라 학생이 있는 학부모에게 월 수백 달러의 지원금까지 준다.
이곳 학생들은 일류대에 가기 위해 유치원 시절부터 머리 싸매고 공부하지 않으며 자기가 원하는 직업학교에 가 필요한 기술을 익힌 후 거의 대부분 취직한다. 어차피 소수밖에는 갈 수 없는 몇 개의 명문대를 가기 위해 온 국민이 무리한 과투자를 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그에 상응하는 일자리가 없으면 취직을 아예 포기하고 불평분자로 남는 동양의 어느 나라와는 다르다.
유럽의 대표 복지 국가라는 선입관과는 달리 노동 유연성이 큰 것도 이 나라 실업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얼마나 쉽게 직원을 채용하고 쉽게 내보낼 수 있나를 재는 이 지수가 크면 클수록 기업들은 직원 수를 늘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만약에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 언제든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 하나를 내보내려면 온 노조가 시위를 하고 분신자살까지 서슴지 않는 나라의 고용주들은 직원 채용을 꺼리고 하더라도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덴마크 인들은 또 강력한 자유무역주의자들이다. 국민의 78%가 세계화는 좋은 것이며 무역은 덴마크를 부강하게 한다고 믿고 있다. 이 또한 무역 덕에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경제 강국으로 떴음에도 자유 무역을 깔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한국과는 다르다.
‘시행되면 농민들이 알거지가 돼 유랑 걸식한다’ ‘을사늑약을 뺨치는 망국적 매국’이라고 비난받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이 기간 대미 수출은 전년에 비해 27%가 증가하고 미국산 수입품의 도소매 가격 인하 효과는 각 7%와 6.3%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세가 사라지면 수출은 늘고 수입가가 내려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자유 무역 반대자들은 농업 부문 타격을 이유로 내걸지만 농업 분야도 얼마든지 경쟁력 있는 업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조선, 철강, 자동차, 전자 모든 분야에서 이미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던 일본을 제친 한국이다. 덴마크를 보라. 무엇이 두려운가. 작년 한미 FTA 비준을 앞두고 야당은 비준 문제는 4.11 총선이 끝난 후 새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했다.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더 이상 이 문제로 왈가왈부 하지 말자. 낙후된 산업에 경쟁력을 불어넣고 새 시장을 개척하기만도 한시가 아쉽다.
<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