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메리놀 수녀회 ‘창설 100주년’

2012-02-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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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서 88년 빈민 섬겨… 내달 25일 몬로비아에서 축하잔치

메리놀 수녀회 ‘창설 100주년’

극직한 하늘 사랑으로 한국의 가난한 이웃들을 섬겼던 몬로비아‘메리놀 은퇴수녀 홈’의 수녀 6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패트리사 콘로이, 메들린 귀스토, 버나뎃 브라운, 패트리사 노튼, 크리스틴 오르티스 수녀, 한인 루시아 유 수녀.

88년간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천주교 발전에 기여한 것은 물론 의료, 교육 분야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이름없이 섬겼던 ‘메리놀 수녀회’(Maryknoll Sisters)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뉴욕주 오시닝에 본부를 두고 있는 메리놀 수녀회는 메리 조세핀 로저스에 의해 해외 복음전파에 믿음의 여성들을 투입하는 첫 미국 종교단체로 창설됐다. 메리놀은 초창기 LA와 시애틀에서 이민자들을 돕는 일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세계 37개국에서 다채로운 미션활동을 전개했으며, 특히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메리놀이 한반도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24년. 6명의 수녀들이 평양에 도착, 먼저 자리 잡은 ‘메리놀 외방전교회’의 신부들을 도와 일제 치하에서 신음하던 한국 여성들의 영혼을 위무하는 일을 시작했다. 이들은 보건시설을 세우고 기술을 가르쳐 국민들의 육체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한편 1932년에는 최초의 한국인 수도회인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설립을 도왔다.


메리놀의 수녀들은 2차 대전 발발과 함께 마가렛 김 수녀와 독일인 수녀 1명을 제외하고는 전원 북한에서 소개되었으나 1949년 남한으로 초청돼 부산에서 의료활동을 펼쳤다. 그 후 한국전이 일어나 헐벗은 피난민들이 부산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눈부신 활약을 했으며, 부산 메리놀병원이라는 소중한 열매를 맺었다. 또 메리놀간호전문대학(현재의 부산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을 세워 수많은 ‘나이팅게일’들을 길러냈으며, 신용조합 운동도 벌였다.

한국의 전반적인 상황이 개선되면서 수녀들은 내륙의 벽지와 강화도, 백령도, 소록도 등 도서지역으로 자리를 옮겨 병든 이들을 치료하고 학대 당하는 여성들을 돕는가 하면 공장 노동자들과 노숙자들의 벗이 되어 주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뒤인 1990년대에는 대부분이 니카라과,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수단, 네팔, 중국 등으로 떠나고 현재는 3명만이 남아 있다.

메리놀이 배출한 한국인 수녀는 7명. 이 중 5명이 살아 있는 가운데 4명은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봉사 중이며, 의사로 케냐의 오지에서 20년간 활동했던 루시아 유(81) 수녀는 LA 인근 몬로비아의 ‘메리놀 은퇴수녀 홈’ 에서 지내고 있다.

메리놀 은퇴수녀 홈은 오는 3월25일(일) 오후 2시 수녀회의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잔치를 연다. 메리놀간호전문학교 출신 한인들도 참석하는 이 행사에서는 기도 서비스, 시 관계자의 축사, 본부가 제작한 DVD 상영 등의 순서가 진행되고 한국 등에서 걸어온 메니놀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도 전시된다.

메리놀간호전문학교 2대 학장을 지내는 등 34년의 세월을 한국민들을 위해 바친 패트리사 노튼(84) 수녀는 “가난에 허덕이던 한국이 경제적으로 놀랍게 발전한 것은 물론 이제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해외 빈민국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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