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교회들 교단탈퇴 고민

2012-02-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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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최대 장로교단 PCUSA 동성애 목사 허용 반발

▶ 별도 교단 ECO 동향 등 한미노회 대책위서 발표

가주 내 동성애 교육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최대 장로교 교단인 ‘미국장로교’(PCUSA)가 지난해 동성애자 성직 임명을 허용하기로 한 결정과 관련, 보수적인 성향인 한인 교회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PCUSA 교단 산하 173개 노회 중 하나로 남가주 한인교회 24개가 소속돼 있는 ‘한미노회는 최근 정기노회에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구성한 대책위원회의 보고를 들었다.
PCUSA는 재작년 교단 총회가 헌법에서 ‘목회자, 장로, 집사의 신실한 결혼 및 혼전순결 조건’을 삭제하기로 한 개헌안을 통과시킨 뒤 지난해 발효에 필요한 ‘과반수 노회 찬성’을 달성하면서 동성애자 안수를 허용하는 미국 내 네 번째 교단이 됐다.

하지만 1만1,000개의 교회 중 상당수가 아직까지 반발하고 있으며, 400개에 가까운 한인교회들은 가정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거의 모두가 절대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날 “작년 여름 복음주의 성향의 대형 교회들이 중심이 되어 동성애자 안수에 반대해 ‘펠로십 무브먼트’라는 운동그룹을 만들었는데 그들이 결국 지난 1월 ‘Evangelical Covenant of Order’(ECO)라는 별도의 교단으로 떨어져 나갔다”고 보고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성경의 권위를 더 확고하게 인정하는 교단인 ECO는 개혁신앙을 바탕으로 WCRC(세계개혁교단협의회)에도 가입했으며, 노회와 같은 상급기관이 있지만 개교회에 더 많은 자유를 주어 선교적인 교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ECO는 규례(policy), 건강 및 은퇴 플랜을 갖고 있으며 PCUSA 소속 교회들에게 ▲PCUSA에 속해 있으면서 사역적인 측면에서 ECO와 협력 ▲PCUSA와 ECO에 동시에 속해 공동 멤버십을 가짐 ▲PCUSA를 떠나 ECO에 가입해 활동 등 3가지 옵션을 제시하고 있다. 두 교단의 공동 멤버십을 갖는 방안은 오는 7월 열리는 PCUSA 총회에서 허용 결정이 내려질 때만 선택이 가능하다.

한미노회는 이 자리에서 특별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나 “혼인의 순결성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교회들이 많이 있다”며 “한미노회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 네트웍을 형성해 진보적인 다른 노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다른 한인교회들의 항구 역할을 감당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또 ECO와 네트웍을 형성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별 있게 제시하는 한편 지역교회와 교회학교에서 성경적인 삶과 가정의 가치가 무엇인지 바로 가르치기로 했다.

PCUSA의 한 한인 관계자는 “소속 교회의 재산권이 기본적으로 교단에 신탁돼 있기 때문에 교회 건물을 포기해야 교단을 탈회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노회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각 노회가 관련 규례를 손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동성애 관련 결정을 번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단을 나가고 싶어하는 한인교회들이 많다. 앞으로 어떤 한인교회가 탈퇴할 경우 그 이슈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PCUSA 내에는 한인교회들로만 구성된 노회가 4개 있으며, 미국 노회에 속해 있는 한인교회도 적지 않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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