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담임목사 해임 ‘토장 사태’ 장기화 조짐

2012-02-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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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 결정에 반발 교인들 예배 중 퇴장 “절차상 하자”해임결정 유보 청원 제출도

토랜스제일장로교회가 지난 2일 소속노회인 PCUSA 한미노회가 김준식(사진) 담임목사 해임안을 가결한 뒤 5일 주일예배 도중 목사 지지파 교인들이 대거 퇴장하는 등 파행국면에 접어들었다.

담임목사 지지파 교인들은 사전 계획에 따라 이날 1~3부 예배시간에 대표기도 순서 직전 일제히 일어나 본당을 빠져 나오는 식으로 노회의 결정에 항의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상당수가 검은 양복을 입고 와 퇴장을 감행한 교인들의 숫자는 양측의 주장에 차이가 있으나 대략 60~70%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퇴장자들 중에는 성가대원들도 많았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전언이다.

사태에 대한 소식을 미리 듣지 못하고 예배에 나왔던 일부 교인들은 돌발상황에 크게 당황해 했으며, 지지파 교인들은 친교실에서 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 이 자리에 3년여 전 담임목사 청빙위원장을 맡았던 장로가 나타나면서 지지파 교인들과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부터 이 교회 주보에는 김준식 목사의 이름이 빠졌다. 당초 지지파는 김 목사의 설교를 강행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앞으로 진행될 절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한 담임목사 지지자는 “이 정도로 동조하는 교인들이 많을 줄은 몰랐던 담임목사 반대 측이 당황하는 빛을 보였다”고 주장하며 “다음 주일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지파는 노회 다음날인 3일 총대(각 교회에서 노회에 파견된 대의원) 약 20명의 서명을 받아 ‘회의 진행에 변칙적인 부분이 있으므로 해임 결정의 실행을 유보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대회 법사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서명을 했던 목사 중 1명이 “내용을 잘 모르고 했다”며 빼줄 것을 요구, 추가 동참자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노회가 ▲김 목사 목회관계 해소(해임) ▲당회 권한을 대신하고 있는 행정전권위원회(Administrative Commission)
의 해산 ▲29일 이전에 제직공천위원회 구성을 위한 공동의회 개최 등을 통과시킴에 따라 현재 이 교회는 노회 상설 목회위원회가 주요 결정을 내리지만 일상 업무는 당회원에서 운영위원으로 격하된 장로들이 맡고 있다.

반대파의 한 관계자는 “지지파 교인들의 행동에 대한 특별한 대응계획은 없다. 그 쪽에서 노회 결정을 뒤집기 위한 교정고소(교단 내 어필 절차)를 하는 것을 지켜보고 액션을 취할 것”이라며 “법적 다툼이 진행되면 노회가 변호사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임 박성규 목사 때 심한 내분으로 수년간 교회 내 본당과 식당에서 따로 주일예배를 가졌던 이 교회는 지난 2일 노회의 방청객 발언시간에도 담임목사 지지파와 반대파 교인들이 같은 사안에 대해 정반대 주장을 펼치며 불신과 반목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있음을 노출, 사태 진행에 따라 앞으로 다시 분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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