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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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이야기/한 해를 보내며

2011-12-3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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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현

모두가 똑같은 24시간을 하루로 살고 있다.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되고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된다. 그리고 이 하루는 역사가 된다. 다사다난했던 2011년이 이제 하루 남았다. 하루하루는 일상과 같았지만 하루가 모인 시간은 역사다. 2011년이란 역사는 또 많은 흔적을 남기고 넘어가고 있다. 일본에 쓰나미가 덥쳤고, 유럽에 재정위기가 왔고, 리비아의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고, 애
플의 스티브 잡스가 떠났다. 한 해의 끝자락에 북한의 김정일이 사망했다. 그리고 미국의 경기침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한해 동안 주택시장과 모기지 시장을 돌아보고 조심스럽게 내년의 동향을 이야기해보자.

1. 주택시장
2011년 주택매매는 사상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미 상무부 발표에 의하면 올해 주택 거래는 기존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필자의 융자 진행으로 보면 10건 중 7~8건은 재융자였고 고작 2~3건이 구입융자였다. 이번 한 해의 주택시장의 침체의 요인은 여럿이 있겠으나 몇 가지 중요 원인을 짚어보면 먼저 아직 높은 주택차압(Foreclosure)율이다. 증가되는 주택차압은 주택시장을 정상화시키기 힘들다. 시장에선 차압을 막기 위해 솔선해서 숏세일을 장려해왔다.


참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숏 세일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까다로운 융자 조건인데 특히 다운을 많이 하는 우량 바이어들에게도 터무니없는 융자 조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주요한 주택 시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었다. 셋째 주택 가격하락의 심리적 부담감이다. 많은 고객들이 주택을 구입하고 싶어도 계속 주택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으로 인해 선뜻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신규 주택 건설의 감소이다. 주택시장을
주도하는 세력 중에 하나가 신규주택 건설업체들이다. 이들이 신규 주택을 대량으로 개발하여 주택시장을 주도해야 도는데 까다로운 은행의 융자 조건과 믿기지 않은 가격으로 쏟아져 나오는 기존 주택에 경쟁하기에 경제적인 수지가 맞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높은 실업률이다.

아직 9~10%에 육박하는 실업률은 경제가 안정적일 때보다 두 배나 높은 실업률로 이런 저런 이유로 주택시장의 발목을 잡은 한해였다.

2.모기지 시장
한해 동안 모기지 시장은 주택시장에 비해서는 그다지 나쁘진 않았다. 모기지 시장을 받쳐 가장 큰 원동력은 낮은 이자를 중심으로 한 재융자였다. 심지어 필자의 고객들 중에는 올 한해 동안 같은 주택으로 재융자를 두 번이나 한 고객들도 여럿 있다. 이자가 1% 이상씩 떨어지니 어떻게 재융자의 유혹에 벗어날 수 있을까? 하지만 재융자 시장도 그다지 공평하지는 못했다. 일정한 직업을 갖고 제대로 수입 보고는 하는 고객들은 모두 낮은 이자로 혜택을 받았으나 정
작 수혜를 받아야 할 저소득층이나 수입 증빙이 부족한 많은 주택소유주가 낮은 이자로 갈아타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낮은 이자의 모기지 정책이 정부의 주도로 움직이다 보니 정부에서 요구하는 수입 증빙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고객에게만 국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에 수입 증빙 없이 주택을 구입한 많은 한인들이 낮은 이자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수입 증빙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부분에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도 당시 수입 증빙 없이 융자를 해준만큼 지금까지 모기지 연체 기록이 없는 우량 고객이라면 이들 고객들에게도 수입 증빙 없이 당시 기준으로 재융자가 이루어져야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한해 동안 기록적인 낮은 이자는 모기지 시장을 후끈 달구어 주어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3.2012년 전망
2008년 서브 프라임 사태로 시작된 미국의 주택시장 버블붕괴는 90년대 일본의 그것을 따르는 듯 보여왔다. 그래서 미국도 일본처럼 무너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서브 프라임 사태가 지나고 3~4년이 지난 지금, 아직 갈 길이 여전히 멀어 보이기는 하나 조금 회복 된 것 또한 사실이다. 90년대 당시의 일본과는 다르게 미국도 비슷한 주택시장 붕괴가 왔지만 우리가 침착하게 그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필자는 우리가 일본과 다른 대출 시스템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이나 특히 일본은 대출시스템이 주택소유주가 주택 붕괴가 되어 융자금이 주택감정가보다 더 높은 언더워터 상황이 오더라도 소유주가 상환능력을 갖고 있는 한 대출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즉 은행에서 지속적으로 만기 연장을 해서 부실처리가 미루어진다. 반면 미국의 경우 언더워터 상태의 주택연체가 시작되면 은행은 채무 상환 연장 쪽보다 주택 포기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어떻게 보면 일본측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시스템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은 똑같은 부실 채권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측의 것은 부실화가 표면으로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숨어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은행의 부실화가 급격히 나타난다. 이것이 큰 차이를 준다.

즉 미국은 이런 부실화를 막기 위해 즉각적인 공적 자금이 투입이 되고 각종 부양책을 쏟아 낸다. 반면 일본에서는 그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마치
지난번 원전 사태의 심각성을 숨긴 것이 더 큰 화를 불러온 것처럼 말이다. 이같은 시스템이 서브 프라임이 미국을 삼키지 못한 미국의 힘일 것이다. 미국은 수많은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 왔고 그 실효를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다가오는 2012년도 주택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혼신의 힘들 다할 것이다. 또한 경기 회복은 필자가 피부로도 느낄 수 있었다. 몇 일전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시장에서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서 아 이제는 경기가 살아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2012년 뿐 아니라 미국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가장 큰 힘은 낮지 않은 출산율이라고 말하고 싶다. 필자도 자녀가 셋이지만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자랑하고 있으며 또한 아직도 식지 않는 이민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계속 모여들고 있다. 이런 인구증가는 단편적인 내년 경기를 말하기 보다는 미국의 절대적인 희망이 되는 것이다. 다사다난 했던 2011년을 마무리하며 2012년에는 더 밝고 활기찬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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