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이 밀려들어요. 보통 때보다 적어도 5배, 많게 잡으면 10배는 늘어난 것 같아요.” 사우스센트럴의 한 한인 리커업주는 “솔직히 귀찮아 죽겠다!”고 말한다. 캘리포니아 메가밀리언 잭팟 상금이 2억 600만달러로 치솟으면서 지난 며칠 로토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 때문이다.
추운 연말에 로토 열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서민들에겐 앞의 억 단위를 떼고 600만달러만 돼도 큰돈인데 그 수십 배가 상금으로 걸렸으니 ‘혹시나’ 하고 모두 들 뜬 것이다. “마음도 춥고 주머니도 추운 이 연말에 혹시라도 돈 보따리가 뚝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속에 너도 나도 로토 사기에 나섰다.
“평소에 로토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모두 사는 것 같아요. 햄버거 한번 사먹는 셈 치고 로토를 사는 것이지요.”
그래서 로토만 팔리고 정작 물건은 안 팔리니“바쁘기만 하고 남는 게 없다”고 위의 업주는 푸념을 했다. 로토 한 장 팔아서 남는 이윤은 2~3센트. 결국“새크라멘토 주정부 장사 돕는 것이지 우리 장사는 아니다”고 그는 말한다.
로토 당첨률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 말 그대로 기적인 확률에 기대 로토를 구매하는 데 그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며칠간의 행복을 꼽는다. 로토 구매 순간부터 당첨 번호 발표되기까지는 온갖 즐거운 상상을 하며 행복해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원들이 가장 즐기는 상상은‘사표’. 심술궂은 상사, 과중한 업무, 아부 부추기는 직장 분위기, 눈꼴 신 직장 동료…‘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마지못해 직장생활을 하는 회사원들은 로토 당첨되는 순간 사표 내던지는 상상을 하며 가장 행복해한다. 그리고는 집을 살까, 세계 일주를 할까… 상상의 나래를 펴고, 그러다 어느 순간 “일가친척들이 모두 손 벌리고 달려들면 어쩌나?” 걱정이 꼬리를 물기도 한다.
다행히도 그런 걱정을 실제로 할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벼락에 두 번쯤 연속으로 맞을 지극히 낮은 확률의 소수에게만 일어난다. 그런데 그들 선택된 소수가 로토 당첨 후 행복한 삶을 사는 확률 또한 지극히 낮다. 갑자기 쏟아진 돈 벼락이 재앙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2년 크리스마스 때 3억1,400만달러 잭팟에 당첨된 잭 휘태커. 웨스트버지니아, 찰스턴에 살던 당시 55세의 이 남성은 파워볼 잭팟에 당첨돼 세금 다 떼고 일시불로 1억1,300만달러를 거머쥐었다.
처음 얼마간 그의 삶은 꿈만 같았다. 당첨 후 기자회견에서 상금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공표했던 그는 실제로 3개 교회에 700만 달러를 기부하고 어린이 후원 사업 등 자선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그는 스트립쇼 클럽을 드나들며 도박과 술에 빠지고, 돈을 노리는 도둑이 끊이지 않다가 2년 만에 돈을 다 잃고 패가망신했다. 로토 당첨자 대부분의 행로가 비슷하다.
‘혹시나’가 이번에도‘역시나’로 끝난 로토 구매자들은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5달러 혹은 10달러를 투자해 지난 며칠 행복했다면 그것으로 받을 걸 받은 것이다. 로토가 주는 행복은 딱 그만큼이다